기업과산업

- 싱가포르에 나타난 신동주 '수상한 행적', 롯데 지분 판 돈 해외 유출 의혹
- '비운의 롯데그룹 오너2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싱가포르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싱가포르는 최근 수년 사이 초고액 자산가의 조세회피처로 주목받아왔는데, 이곳에 신동주 회장과 부인의 이름을 앞세운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한 사실이 파악됐다.패밀리오피스는 주로 부유한 가족들의 자산 관리와 재무 계획, 세금과 법률, 증여·상속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주로 초고액 외국인 자산가들이 각 나라에 내야 할 세금 부담을 회피하고 부(富)의 이전을 용이하게 위해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차린다.이를 놓고 신동주 회장이 수년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팔아 마련한 돈을 싱가포르로 빼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23일 싱가포르회계기업청(ACRA)에 따르면 신동주 회장이 주도해 설립한 회사가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 사이에 연달아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된다.세 회사의 이름은 각각 'S&C펀드'와 '오피스S&C', 'SD&CE홀딩스'다.S&C펀드는 신탁금융을 주된 목적으로 세워졌고 오피스S&C는 패밀리오피스로 만들어졌다. 두 회사의 형태는 싱가포르의 가장 일반적인 회사 형태인 '주주책임유한회사'로 2021년 6월11일 동시에 설립됐다.SD&CE홀딩스는 2022년 3월 탄생한 회사로 지주회사다. 법인 형태는 감사 의무를 면제받는 주주책임유한회사인 '면제 개인 유한회사'다.이 회사들의 등기자료를 보면 신동주 회장과 그의 부인인 조은주씨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먼저 지분구조를 보면 신동주 회장의 이름이 보인다. 신 회장은 SD&CE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SD&CE홀딩스는 S&C펀드와 오피스S&C의 지분을 각각 100%씩 들고 지배한다. '신동주 회장 → SD&CE홀딩스 → S&C펀드, 오피스S&C'의 지배구조인 셈이다.등기이사에는 신동주 회장과 함께 아내인 조은주씨가 나타난다. 이들의 국적은 모두 한국(KOREAN, SOUTH)으로 기재돼 있다.세 회사의 이사 명부에는 싱가포르 시민권을 가진 탄루이메이(TAN RUI MEI)씨도 '간사(Secretary)'라는 직책으로 계속 등장한다. 싱가포르에서 법인을 설립하려면 이사 가운데 최소 1명이 싱가포르 시민권자이거나 영주권자여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 현지 컨설팅 회사의 전문 비서역을 섭외한 것으로 보인다.이사진 주소를 나타내는 곳에 신동주 회장과 조은주씨, 그리고 탄루이메이씨의 거주지가 모두 같은 장소로 기재돼 있다. 사실상 현지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는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세 회사의 이름도 신 회장과 조은주씨의 이름을 딴 것으로 보인다. 이사 명부에는 신동주(SHIN DONGJOO), 조은주(CHO EUNJOO)가 나오는데 이의 영문 앞글자만 따면 S&C가, 두 글자씩 따면 SD&CE가 된다.신동주 회장이 싱가포르에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을 놓고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세 회사에서 핵심으로 보이는 오피스S&C는 패밀리오피스만 보면 최소 540억 원가량의 자금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세우려면 싱가포르 거주자의 경우 2천만 싱가포르달러, 비거주자의 경우 5천만 싱가포르달러(약 539억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싱가포르 정부는 초고액 자산가의 패밀리오피스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제도를 정비해왔다. 2008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했으며 2023년부터는 일정 수준의 조건을 충족한 자산가에게 금융투자에 따른 소득세도 면제해주고 있다.신동주 회장이 이런 혜택을 고려해 싱가포르에 수백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재계 관계자는 "만약 일본과 한국에서 그대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향후 내야 할 상속세나 증여세가 최소 수천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조세회피처'로 거론되는 싱가포르에 회사를 세우지 않았겠냐"고 밝혔다.실제로 싱가포르 현지에서 패밀리오피스 설립과 관련한 일을 하는 회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에서 상속세율이 최고 5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해 싱가포르로 자산을 이전하는 기업인들의 사례가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일각에서는 신동주 회장의 자금 출처를 놓고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팔아 마련한 재원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신동주 회장은 2017년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출범에 반대하며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 대부분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2021년까지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등의 주식도 모두 팔아 약 1조4천억 원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싱가포르에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에 세워진 'S&C펀드'와 '오피스S&C', 'SD&CD홀딩스'의 등기자료에는 모두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그의 아내인 조은주씨가 등기이사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신 회장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연달아 설립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판 시기와 겹친다.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이 대규모 일본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했다는 소식은 알려진 적이 없는데 한국 주식 매각 시기와 싱가포르 법인 설립 시점이 이어져 있는 것을 보면 정황상 한국 주식을 매각해 마련한 재원 전부나 일부가 싱가포르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규명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대표적으로 적법한 절차로 부의 해외 이전이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자산의 해외 이전에 나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출국세를 과세하고 있다. 주식 등 자산을 처분하고 해외로 나갈 때 해당 자산의 27.5%를 세금으로 내게 하는 것이다.신동주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팔아 마련한 돈 전부를 싱가포르로 옮겼다면 내야 할 세금만 4천억 원에 가까운데 이와 관련한 납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신동주 회장은 이와 별개로 최근 자신의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한 공격을 재개했다.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인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약 134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 소송을 4일 제기한 것이다.그는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소송의 본질은 잘못된 경영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묻고 이를 통해 그룹을 정상화하는 데 있는 것이며 경영 복귀가 목적이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신동빈 회장이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보며 필요하다면 그 과정에서 내가 경영에 다시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보고 있다"며 경영 복귀에 대한 의지를 접지 않았음을 드러냈다.이를 놓고 재계에서는"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 경영 복귀를 놓고 10년 동안 11전11패를 당했음에도 계속 롯데그룹을 공격만 하는 와중에 사적으로는 세금 회피 목적으로 해외에 부를 빼돌리는 것은 파렴치한 행보로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