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리딩뱅크 지키려는 신한 정상혁과 쫓는 하나 이호성 KB 이환주, 위험관리 역량에 달렸다
-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2년 연속 '리딩뱅크' 수성을 노린다. 하지만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의 추격도 만만찮다.올해는 보통주자본(CET1)비율 개선을 위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시중은행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각 최고경영자(CEO)의 위험관리 역량이 리딩뱅크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경험'의 정상혁 행장이 리딩뱅크를 지킬지, 올해 새롭게 은행장을 맡은 '패기'의 이호성 행장과 이환주 행장이 리딩뱅크를 탈환할지도 올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4대 금융 실적이 발표되는 가운데 각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국민은행도 치열한 순이익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증권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하락 기조 속에서도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국민은행 모두 대출자산을 늘리고 순이자이익(NIM) 하락을 방어하며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은 1분기 원화대출이 모두 1% 내외로 늘어났을 것"이라며 "조달비용 개선 효과로 순이자이익을 방어하며 이자 이익 규모를 유지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정상혁 행장은 지난해 신한은행의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3조6954억 원을 이끌며 6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2위 하나은행과 순이익 차이는 3390억 원으로 1위와 2위 차이는 2016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정 행장이 지난해 2위와 차이를 크게 벌리며 리딩뱅크를 차지했지만 2년 연속 순이익 1위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평가된다.정상혁 신한은행장이 1월2일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2025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신한은행>3천억 원 수준의 차이는 리딩뱅크 경쟁에서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규모여서다. 신한은행도 2024년 한 해 동안 순이익을 6278억 원(20.5%) 늘리며 순이익 순위가 단숨에 3위에서 1위로 2계단 상승했다.이처럼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은 매년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인다.최근 10년 간 성적을 봐도 국민은행 4번(2017년 2019년 2020년 2021년), 신한은행 4번(2015년 2016년 2018년 2024년), 하나은행 2번(2022년 2023년) 등 3은행은 골고루 리딩뱅크 타이틀을 나눠 가졌다.최근 5년만 놓고 보면 국민은행 2번, 하나은행 2번, 신한은행 1번으로 신한은행이 오히려 밀린다.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리딩뱅크 경쟁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몫이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하나은행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며 판도가 바뀌었다.하나은행은 2015년 외환은행 인수 이후 빠르게 수익성을 키웠고 코로나 이후인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올해는 각 행장의 위험관리 역량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국민은행의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가 모두 밸류업(주주가치 제고)을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핵심 지표로 관리해서다.위험가중자산은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매겨 산출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출자산의 양과 함께 질을 봐야 한다.양호한 대출자산을 늘려야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보통주자본비율을 유지해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이호성 하나은행장이 1월2일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 겸 신년사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해외사업 위험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리딩뱅크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정상혁 행장과 이호성 행장, 이환주 행장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 확대에 지속해서 힘을 싣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내 시중은행이 활발히 진출한 아세안 국가의 경기 불확실성도 키우고 있다. 각 나라의 경기 상황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의 해외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금융사고 등 내부통제도 리딩뱅크를 경쟁 과정에서 행장이 직접 챙겨야 할 영역으로 평가된다.지난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서 보듯 내부통제 실패는 대규모 1회성 손실로 이어져 리딩뱅크 경쟁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각 행장은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내부통제 실패에 직접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올해로 행장 3년 차인 정상혁 행장이 올해 취임 첫 해를 맡는 이호성 행장과 이환주 행장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고 리딩뱅크 수성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정상혁 행장은 지난해 리딩뱅크를 탈환한 공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했는데 시장은 새롭게 부여받은 2년 임기에 주목했다.지난해 신한금융에서 연임하며 2년 임기를 받은 CEO는 정 행장이 유일하다.행장이 연임할 때 보통 1년 임기를 받던 관례가 깨진 것인데 금융업계에서는 정 행장을 향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강한 신뢰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각각 새로운 행장으로 '깜짝' 발탁됐다.이호성 행장은 하나은행에서 중앙영업그룹장과 영남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 등을 거친 뒤 하나카드 사장을 역임한 영업 전문가다. 하나카드를 이끌며 트래블로그카드의 흥행을 이끈 공 등을 인정받아 하나은행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1월2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 겸 신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KB국민은행 >이환주 행장은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 KB생명보험 대표,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를 지낸 재무 전문가다.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통합을 안정적으로 이끈 뒤 실적을 개선한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은행장에 올랐다.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행장과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이호성 행장과 이환주 행장이 올해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각자 연초 신년사에서 소개한 한자성어에서도 엿볼 수 있다.정상혁 행장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균형'을 앞세운 반면 이호성 행장과 이환주 행장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강조했다.정 행장은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신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하면서도 유연함을 갖추는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며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갖추어 조화를 이룬다'라는 뜻의 '강유겸전(剛柔兼全)'이라는 사자성어를 소개했다.반면이호성 행장은 본인의 좌우명인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산과 물이 가로막아 길을 막아도 길을 만들고 다리를 만들면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를 소개하며 "어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하나답게'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공의 이정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환주 행장은 "위기(危機)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위태로움(危)보다는 기회(機)의 영역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며 "KB의 저력과 'No.1 DNA'를 믿고 KB국민은행의 꿈과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동행'을 함께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