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IBK기업은행장 내부 승진 전통 이재명 정부도 이어갈까, '정책에 발맞춘 인사 필요' 목소리도
-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임기가 내년 1월 초 종료를 앞두고 있으면서 다음 행장 인선을 둘러싼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아직 하마평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아니지만 정권 교체와 금융당국 개편이 맞물리며 IBK기업은행 수장과 관련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1961년 설립된 IBK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기업은행 행장 인사는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과거에는 재경부, 기재부 등 관료 출신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나 201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조준희, 권선주, 김도진, 김성태 등 최근 5명의 행장 가운데 윤종원 전 행장을 제외한 4명이 모두 내부 출신 인사로 선임됐다. 기업은행장 인사에서 내부승진 전통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내부 출신 인사는 조직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정책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또한 노사관계 안정 측면에서도 내부 인사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내부 출신이 행장으로 선임되면 인사와 관련된 직원들의 반발이 줄어들고 협업 분위기가 조성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승진 인사의 폭이 커진다는 의욕 고취 효과는 덤이다.◆ 기업은행장 내부인사 승진 가능성 높은 이유, 내부 리스크 관리 역량최근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노사갈등과 내부통제 등 은행 내부의 리스크 관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27일 단독 총파업을 단행했다. 기업은행 설립 후 최초의 파업이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적목표 설정 과정에서의 소통 강화, 임금 등 처우 개선, 시간외수당 지급 등을 내걸고 천막농성을 이어오기도 했다.노조는 이번 달 21일 남은 협상은 사측과 대화로 해결하겠다면서 천막을 자진 철거했다.이런 상황 때문에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조직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 인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부 인사가 임명될 경우 조직 혼란과 정책 추진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금융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낙하산 인사' 논란을 감수하면서 외부 인물을 기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이재명 정부가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직의 내분을 불러올 수 있는 인사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다만 이재명 정부가 디지털 혁신, 중소기업 육성, 인공지능 등 기술 중시라는 정책적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정책 친화형 인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내부 인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정책적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행장에 오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윤종원 당시 IBK기업은행장이 2022년 11월30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본점에서 열린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2022년 하반기 데모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하산이라고 무조건 나쁜 인사는 아니다, 인사의 양면성 보여주는 윤종원 전 행장 사례윤종원 전 행장은 2020년 IBK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됐다. 관료 출신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윤 전 행장의 임명 당시 노동조합은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하지만 윤 전 행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확대하며 위기 대응에 성공했고, 2021년에는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인 2조4259억 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혁신금융 확대, ESG 경영 도입 등 미래지향적 정책금융 강화에도 기여하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윤 전 행장은 외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도 잘 풀어냈다.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던 노동조합은 윤 전 행장의 이임식 당시 "윤 행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송별사를 준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라며 "윤 행장은 직원 보호에 최선을 다했으며 취임 당시 임직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IBK의 가장 큰 어른이었다"고 말했다.초기의 극심한 노사갈등과 사회적 비용 지출이라는 외부 인사의 단점, 그리고 낙하산 인사가 반드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함께 보여주는 사례다.◆ IBK기업은행장 임기 보장 관행, 조기 교체 가능성은 낮아일반적으로 금융 공공기관장은 정권과 운명을 함께한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장 인사는 지금까지 이런 기조에서 벗어나있었다.실제로 정권 교체를 이유로 기업은행장이 교체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김성태 행장의 임기가 5개월 남은 만큼, 이재명 정부 역시 임기를 보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장 등 다른 금융 공공기관장 인사를 보면 앞으로 IBK기업은행장 인사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기업은행장의 특성상 소위 '보은인사'보다는 조직의 연속성과 정책 실행력을 동시에 고려한 인사가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