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 일론 머스크 '정부 역할 축소' 약속에 트럼프와 온도차, 테슬라 주주들 속 탄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국 정부에서 역할을 대폭 축소하고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부인했다.테슬라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의 경영 참여 확대를 신사업 성과 및 기업가치 상승에 핵심 요소로 기대해 왔는데 다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며 불안한 상태에 놓였다.CNN은 24일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로 돌아오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미 주가와 브랜드 이미지에 반영된 타격은 되돌리기 어려운 시점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일론 머스크는 최근 테슬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정부효율부(DOGE) 업무에 들이는 시간을 크게 줄이고 남는 시간을 경영에 집중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그가 테슬라 경영에 소홀해지며 연이은 실적 부진 및 주가 하락에 긴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전 세계의 반감이 테슬라 전기차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일론 머스크가 미국 정부와 거리를 둬야 할 이유로 꼽혔다.투자전문지 모틀리풀은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주주들이 바라던 가장 큰 소원을 받아들였다"며 "그의 산만한 태도가 위기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다만 일론 머스크가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에 내놓은 약속마저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새로 떠오르고 있다.백악관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를 통해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는 대통령을 돕기 위해 여전히 많은 시간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정부효율부 업무에 쓰는 시간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는데 하루만에 백악관 측에서는 이와 모순되는 입장을 전한 셈이다.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여전히 정부효율부의 예산 절감 등 성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일론 머스크는 연간 1조 달러에 이르는 정부 예산을 절약하겠다는 호기로운 태도를 보이며 관련 업무를 맡았지만 수 개월만에 목표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자연히 일론 머스크의 역량을 신뢰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는 그가 정부효율부 업무에 계속 집중해 예산 절약과 관련한 성과를 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마켓워치는 "정부효율부의 예산 절감액 산정 방식을 두고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여전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일론 머스크(왼쪽)가 자신의 아들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미국 정부의 예산 낭비는 오래 전부터 다수의 시민과 정치인들로부터 지적을 받아 온 문제다.더구나 트럼프 정부의 수입관세 인상을 비롯한 여러 정책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있는 만큼 예산 절감을 통해 정부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부효율부의 기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일론 머스크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앞으로도 미국 정부 관련한 업무에 많은 역량을 쏟는다면 테슬라 주주들은 자연히 계속 불안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테슬라 브랜드 이미지와 전기차 판매량, 주가에 미치는 타격이 계속해 불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중국 정부가 미국과 갈수록 첨예해지는 무역 갈등을 겪는 있는 만큼 중국 전기차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테슬라를 무역보복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떠오른다.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무시하고 정부에서 역할을 축소해 테슬라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도 사실상 쉽지 않은 시점이다.테슬라는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를 비롯한 신사업 확장을 위해 트럼프 정부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정부 규제 완화 등 혜택을 받는 방안을 노리고 있다.스페이스X와 xAI 등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다른 기업도 정부 사업 수주를 주요 실적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필수적이다.결국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주들에 내놓은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는다.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를 떠난다면 업무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되는 일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와 완전히 거리를 두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바라봤다.일론 머스크도 콘퍼런스콜에서 "대통령이 정부 업무와 관련해 원하는 역할이 분명하게 있다면 일주일에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이와 관련해 시간을 들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