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을 계기로 한국 방산업체들이 실증 사례를 증명하며 글로벌 방산업계에서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LIG넥스원 방산제품 전시장 사진. < LIG넥스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방산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들의 빠른 공급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 “지대공 방공체계 ‘천궁-Ⅱ’의 강력한 데뷔는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방산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새로운 신호”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다수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천궁-Ⅱ가 대부분을 요격하는 데 성공하며 전문가들에 호평을 받았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방산업체들이 수요 대응에 고전하자 다수의 국가들이 대안을 찾아나선 상황에서 천궁-Ⅱ가 우수한 실증 사례를 확보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등 미국 기업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 유럽 국가들의 방산 시스템 수요를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한국 경쟁사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더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천궁-Ⅱ의 단가가 100만 달러(약 15억 원) 안팎으로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과 비교해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뉴욕타임스에 제시했다.
또한 미국 방산 업체들이 지식재산(IP) 보호를 이유로 해외 생산에 소극적인 반면 한국 경쟁사들은 현지에서 생산과 기술 공유에 모두 열린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시장에서 환영을 받은 이유로 꼽았다.
싱크탱크 CSIS는 “납기일을 단기간에 맞출 수 있고 가격 경쟁력도 우수한 제품이 방산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열리고 있었다”며 “한국이 이를 적기에 채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 일본 도쿄 국방부의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 발사 시스템. <연합뉴스>
록히드마틴 측은 뉴욕타임스에 성명을 내고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에 자랑스러운 전략적 파트너”라며 “전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방산 제품에 시장의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비롯한 방산 제품의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도 한국의 천궁-Ⅱ는 아직 패트리어트 또는 록히드마틴의 사드(THADD) 시스템과 비교해 낮은 고도의 미사일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국가가 한국의 방산 제품에만 의존할 수 없고 미국 제품도 동시에 활용해야만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수요 대응에 고전하는 상황이 이어질수록 한국 경쟁사들이 더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트럼프 정부도 올해 초부터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등 기업이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도록 독려하며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희토류 소재와 부품 수출 통제를 비롯한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의 목표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의 방산 제품을 구매하려면 미국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관련 절차가 지연되거나 물량 확보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원인으로 꼽혔다.
뉴욕타임스는 결국 이란 전쟁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한다면 장기간 방산업계에서 이어져 온 미국의 독점체제가 깨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중동 전문지 하우스오브사우드는 “1970~1980년대 미국 제조사들이 일본을 무시하다 추월을 당한 것과 비슷한 사례가 현재 한국 방산업계와 관련해 재현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