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정부 '아베노믹스 재현' 총선 공약에 그치나, 실현 가능성 의문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일본의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재정 확대 등 이전에 약속했던 공격적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집권당인 자민당이 총선에서 역대 최다 의석으로 압승을 거두며 경기 부양 등 정책에 강력한 추진 동력을 얻었다.

다만 현재 일본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과거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재현하겠다는 다카이치 정부의 목표는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9일 논평을 내고 “다카이치 정부의 총선 승리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던 수준”이라며 “역사상 최장 임기를 보낸 아베 신조 전 총리보다 뛰어난 성과”라고 보도했다.

이날 발표된 일본 중의원 총선 결과를 보면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차지하며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확보했다.

다카이치 정부가 일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일본의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문제가 유권자들에 핵심 의제로 부상했던 만큼 다카이치 정부가 경제 정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아베 신조 정권의 과감한 경제 정책을 일컫는 아베노믹스를 모델로 삼아 적극적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에 정부 지원을 대폭 늘리는 등 지출을 확대해 경제 성장을 이끄는 방식을 활발하게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는 “자민당의 총선 압승은 유권자들이 다카이치 정부의 경제 정책에 긍정적 평가를 전한 셈”이라며 “일본 경제의 구조적 개혁이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비세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한시적 소비세 감면 문제와 관련해 의회 논의에 더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고 세금은 적게 거두면서 과거 아베노믹스의 긍정적 성과로 꼽혔던 경제 성장률 및 증시 상승 효과를 재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자연히 일본 정부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인플레이션 심화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크다.

통신사 AFP는 자민당이 그동안 다수의 유권자들에 외면을 받았던 이유가 결국 쌀값 급등과 같은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소비세 인하는 이러한 부담을 덜어주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해당 정책이 연간 5조 엔(약 46조8천억 원)에 이르는 재정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일본 다카이치 정부 '아베노믹스 재현' 총선 공약에 그치나, 실현 가능성 의문

▲ 2월8일 일본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기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싱크탱크 일본국제문제연구소는 유권자들이 결국 다카이치 정부의 경제 정책에 불만을 안게 되고 결과적으로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결과까지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다카이치 정부의 정책은 일본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인플레이션 완화에 기여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국방 예산 증액을 비롯한 다른 정책이 결국 소득세 인상으로 이어지는 일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는 결국 다카이치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일본 증시와 엔화, 국채 가격 하락의 ‘삼중고’로 이어져 체감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결국 다카이치 총리가 이러한 부작용을 고려해 대규모 감세 또는 정부 지출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했다.

정부 재정 지출 확대를 비롯한 계획은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공약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결국 2028년 참의원 선거 때까지 대규모 재정 확장 정책은 실현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본 의회는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과 하원인 중의원으로 이뤄져 있다.

시라토리 히로시 일본 호세이대 교수는 AFP에 “아베노믹스는 일본 엔화 가치가 높고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던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지금과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엔화는 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아베노믹스와 유사한 정책을 앞세운다면 다카이치 정부가 재정 악화에 관련한 시장의 공포감을 피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권자들이 이러한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아 이번과 같은 선거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다카이치 총리는 시장의 평가와 달리 무책임한 정부 지출 계획을 앞세우고 있지 않다”며 “이제는 캐릭터 이외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