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2025년 7월16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콧 타운십에서 열린 콜마USA 제2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콜마>
현지 고객사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한 북미 생산 거점을 보면 사실상 자생력 확보에 실패한 분위기다. 결국 본사가 나서서 채무보증을 연장해주는 처지로 운영되고 있다. 북미 법인에 대한 지원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북미 현지 고객사 수주에 대비해 북미 법인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북미 생산 거점을 통한 장기 성장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해외 법인 관련 채무보증 규모는 적지 않다. 현재 한국콜마가 부담하고 있는 해외 법인 채무보증 잔액은 약 2348억 원인데 이 가운데 북미 법인 관련 금액은 절반이 넘는 1241억 원에 이른다.
미국 법인에 설정된 채무보증 4건의 보증 기간은 모두 올해 하반기까지이며 캐나다 법인의 채무보증 만기는 올해 2월까지다. 이에 한국콜마는 1월 캐나다 법인 HK콜마캐나다와 관련해 393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연장했다.
HK콜마캐나다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75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실질적인 신용을 본사가 대신 제공한 셈이다.
미국 법인 HK콜마USA를 포함하는 미국 사업 지주사 HK콜마래버러토리스도 자본총계 마이너스 966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HK콜마래버러토리스는 2016년 미국 화장품 제조회사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지난달 캐나다 법인에 대해 이뤄진 채무보증은 신규 차입이 아니라 기존 차입금 연장에 따른 지급보증 연장”이라며 “모두 회사가 계획한 운영자금 범위 내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콜마는 2016년 HK콜마USA와 HK콜마캐나다를 인수했다. 북미와 인근 지역의 현지 고객사 물량을 직접 소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됐다. 윤 부회장은 이후에도 꾸준히 미국 사업 확대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최근 투자 행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초 미국 펜실베니아에 제2공장을 준공했다. 새 공장은 기존 공장 인근에 최신 생산 설비를 갖춘 형태로 신축됐으며 지난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윤상현 부회장은 직접 현지 준공식에 참석해 “미국 제2공장은 단순한 공장이 아닌 글로벌 협력과 혁신 생태계의 출발점”이라며 “북미 최대 화장품 제조 허브로 키우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인수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북미 법인의 성과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콜마 미국 법인의 매출은 2023년 374억 원에서 2024년 579억 원, 2025년 3분기 누적 881억 원을 기록하며 증가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 법인은 2023년 459억 원에서 2024년 395억 원으로 하락한 데 이어 2025년 1~3분기 467억 원으로 회복됐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미국과 캐나다 법인 모두 고질적 순손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법인은 2023년 393억 원, 2024년 503억 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25년 1~3분기에도 438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캐나다 법인 역시 2023년 41억 원, 2024년 104억 원, 2025년 1~3분기 53억 원의 순손실을 이어갔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설비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북미 사업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법인의 생산능력은 2023년과 2024년 각 6800만 개에서 2025년 3분기 기준 1억5945만 개로 크게 확대됐다. 캐나다 법인의 생산능력은 같은 기간 각 1억222만 개에서 7258만 개로 줄었다.
문제는 투자 대비 활용도다. 공격적 설비 확충에도 불구하고 해외 법인 공장의 가동률은 눈에 띄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기준 미국 법인 가동률은 18.7%에 그쳤다. 캐나다 법인도 25.5%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경쟁사 코스맥스의 미국 법인 가동률이 36.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존재한다. 대규모 설비 확장이 고정비 부담으로 전환되며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지 고객사에서 물량을 안정적으로 수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법인이 부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한국콜마가 북미 법인에 대한 채무보증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콜마USA 제2공장 전경. <한국콜마>
지난해 하반기 미국 제1공장의 최대 고객사는 핵심 제품 판매 부진으로 발주량이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제2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던 물량 상당수도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기 실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시장은 한국보다 계약 체결 이후 실제 매출로 인식되기까지의 기간이 길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이 두드러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의 효율성이 나타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고객사의 미국 법인 생산 이관도 순조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지 생산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임금과 운영비 부담이 높은 구조다. 관세 혜택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생산 대비 원가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현지 생산의 핵심 명분인 원가 절감 효과가 사실상 희석됐다는 의미다.
물론 북미 시장에서 ‘메이드 인 USA’가 갖는 신뢰 자산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최근 K뷰티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이 공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와 품질 신뢰도가 강화되며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반드시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옅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한국콜마는 수출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부채비율도 118.41%로 재무 구조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향후 K뷰티 성장세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해외 법인 보증 부담이 잠재적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앞으로 북미 법인은 생산과 영업, 연구개발 간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사의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