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원전 기업 경영자 출신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원전 수출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출에 신경쓰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원전설계 공기업인 한전기술을 새로 이끌게 된 김태균 사장으로서는 임기 첫해부터 원전 관련 해외 시장 확대에 순풍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실용주의 새 정부에 힘 받는 한전기술, 김태균 임기 첫해부터 순풍 만나

▲ 김태균 한전기술 사장이 임기 시작부터 해외 시장 확대라는 호재를 만나게 됐다.


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원자력 발전량 늘려 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원전 산업 진흥을 목표로 △2050년 원자력 발전 용량 400기가와트(GW)로 증대 △신규 원자로 인허가 절차 18개월로 단축 △핵연료 공급망 미국 중심 재편 등의 내용을 담은 4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재 100GW에 머무는 원전 발전 용량을 4배 이상 높이려면 2026부터 2040년까지 매년 8기의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 이는 아시아 대형 원전 총유효시장(TAM)인 연간 4~5기와 비교해 2배에 가까운 규모다.

다만 갑작스러운 원전 설치량 확대 정책은 미국 현지 원전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에서 원자로 일부가 녹아내리는 사고를 겪은 뒤 새로운 원전 착공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해당 사고 이후 미국이 착공한 원전은 2013년 건설을 시작한 보글(Vogtle) 3·4호기가 유일하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급망 병목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며 “미국에는 원자로 압력용기를 비롯한 초대형 단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없어 두산에너빌리티와 같은 해외 협력사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대형 원전 8기 착공에는 600억 달러(81조6240억 원 규모) 이상이 들어가기 때문에 금융적 측면에서도 한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원전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품 공급망 및 재정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미국은 동맹국과 협력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대표 원전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25년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수출 진출 지역 구분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 뒤 유럽 원전 입찰 경쟁에서 잇달아 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원전 시장이 개화한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에 우호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가압경수로형 원전(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표준설계승인(SDA)과 설계인증(DC)을 모두 획득한 점도 경쟁 국가들보다 앞서 나가는 요소로 꼽힌다. 프랑스전력공사(EDF) 주력 제품인 유럽형 가압경수로(EPR)는 미국에서 인증 취득을 중단한 상태다.

정부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임명하며 원전 산업 해외 진출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이자 원전기업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장으로 일하며 해외 원전 수주를 목표로 구성된 연합체 ‘팀코리아’에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 수주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재생 에너지를 강조하면서도 에너지 믹스를 통해 원전에도 힘줄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이번 산업부 장관 후보자 인선으로 원전 수출에 힘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전기술은 원전종합설계와 원자로계통설계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 공기업으로 해외 시장 확대 정책이 추진되면 직접적 수혜를 입을 곳으로 꼽힌다.

한전기술은 한수원이 따낸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도 참여해 올해 말 설계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체코와 원전 계약은 26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며 “한전기술이 맡은 설계 부문에서는 2026년부터 2037년까지 1조3천억 원 안팎의 매출이 매해 안분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실용주의 새 정부에 힘 받는 한전기술, 김태균 임기 첫해부터 순풍 만나

▲ 한전기술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에도 참여해 올해 말 한수원과 관련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두코바니 기존 원전의 모습.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UAE BNPP) 5·6호기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추가 원전 수주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많아 김태균 사장으로서는 한전기술의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한전기술은 소형모듈원자로(SMR)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아 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조사 기관 프레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SMR 분야 시장 규모는 74억9천만 달러(약 10조1849억 원)로 나타났다.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8.9%로 161억3천만 달러(약 21조9335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기술은 국내에서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5년 SMR 1기를 준공을 목표로 설계용역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2028년 표준설계인가와 2030년 건설허가를 취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12월에는 혁신형 SMR(i-SMR) 실증 부지가 확정된다.

김태균 사장은 임기 첫해부터 국내외 시장 확대와 더불어 장기적 성장 구조를 갖출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초 최종 사장 후보 통보를 받았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식 임명이 미뤄지다 올해 4월에야 취임했다.

김 사장은 1996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전력연구원 전력계통그룹장, 송변전연구소장, 연구전략실장, 전력연구원장, 기술기획처장, 기술혁신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그동안 리더십 공백을 빠르게 채우고 국내외 원전 사업 확대에 힘쓸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전기술은 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회사의 자원 및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