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이재명 정부 출범에 따른 에너지 정책 변화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저유가 호재를 만난 상황에서 지역별 차등요금제까지 도입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빠르게 수익성을 개선하면 김동철 한전 사장은 천문학적 부채를 줄이는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과 새 정부 에너지 정책 '겹호재', 김동철 한전 부채 축소 힘 받는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에너지 정책 변화로 천문학적 부채를 줄이는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안에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전력요금을 차등적으로 산정하려는 제도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인근 지역에서 소비할 경우 전력망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어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한다. 반면 발전소가 거의 없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전기요금을 높게 받는 방식으로 차등 요금을 적용하게 된다.

현재는 지역별로 동일한 전기요금이 적용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지역별 차등 전력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군산시 유세에서 “전기는 영광에서 생산하는데 서울하고 영광하고 전기요금이 같다는 점이 이상하지 않냐”며 “지방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지방엔 싸게 하고 소비지는 전력송전비를 붙여서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그럼 전력이 싼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100조 인공지능(AI) 국부펀드’ 설립을 비롯한 AI 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만큼 발전소가 집중된 지방으로 기업 투자를 유인할 목적에서라도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빠르게 추진 및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전에게는 비용 절감 요인으로 작용해 이익체력 개선과 부채 문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실행되면 지방에 주로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민자발전소에 적용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전으로서는 민자 발전소에서 사들이는 전력 가격, 즉 원가가 하락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아울러 발전 설비가 밀집된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먼 거리의 소비지로 송전할 때는 장거리 송전망을 구축하고 유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력이 손실되며 추가적 비용이 발생한다. 차등요금제 도입은 결과적으로 소비지 요금을 높임으로써 송전 관련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한전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사장으로서는 정책 호재까지 만난 셈이다.

한전은 2025년 1분기 저유가 영향으로 영업이익률 15.5% 기록했다. 매출은 24조2240억 원, 영업이익은 3조7536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 영업이익은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로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이 낮아지면 실적 개선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2023년 3분기 영업 흑자로 전환한 뒤 이익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가 하락과 새 정부 에너지 정책 '겹호재', 김동철 한전 부채 축소 힘 받는다

▲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이 낮아지면 실적 개선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올해부터 낮아진 에너지가격과 인상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전기요금 등 양호한 외부 환경에 힘입어 큰 폭의 영업흑자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차등요금제 적용과 관련해 지역을 구분하는 기준이나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기준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차등 지역 범위를 수도권과 비수도권, 제주 등 3개 권역으로 나눈다고 공개하기도 했지만 해당 기준을 놓고 발전소 소재 지방자치단체와 의견이 엇갈리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충남과 부산, 인천, 강원, 전남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4월 ‘전력 자립률을 고려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 촉구 건의안’을 마련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리적 인접성에 근거한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발전원에서부터 수용가까지 송배전 비용 등 전력 공급 원가 차이가 반영될 수 있는 전력 자립률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지역적 전력공급에 따른 비용차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검증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이에 산업부는 한전에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관련된 용역을 의뢰했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해당 용역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용역의 주된 목적은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방안 마련에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전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김동철 사장은 부채 축소 과제 해결에 한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2025년 1분기말 기준 부채는 206조8020억 원 규모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0.7% 늘었다.

김 사장은 2024년 5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전기요금 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지만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하며 부채 축소를 위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뒤 같은 해 10월 한전은 천문학적 부채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했다. 김 사장은 요금 인상 한 달 뒤 열린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 2024’에서도 "아직 주택용 요금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원가를 밑돌고 있다"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거듭 힘주어 말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시행될 경우 한전은 요금 인상에 준하는 효과를 얻어 부채 줄이기에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신정부가 수립된 뒤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비롯한 전력요금제 개정 논의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에 목표했던 2025년 도입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