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에도 서학개미 공세 멈추지 않는다, 증권사도 고객 확보 총력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시 불확실성을 키웠지만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분쟁으로 미국증시가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서학개미(미국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애정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증권가도 서학개미 고객 유치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2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서학개미들의 미국주식 순매수액은 32억7280만 달러로 집계됐다.

2월 순매수액은 29억7545만 달러, 3월 순매수액은 40억7239만 달러이다.

아직 4월이 절반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2월 전체 순매수액 수치를 넘어섰으며 3월 수치의 약 80%까지 온 것이다.

이 추세대로면 4월 전체 수치가 3월 전체보다 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관세 분쟁을 개시하면서 2월 하순부터 미국증시는 크게 내렸다. 특히 7대 대형주(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주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 결과 S&P500 지수의 월별 하락률은 2월 -1.42%에서, 3월 -5.75%, 4월(17일까지) -5.87%까지 기록했다.

그럼에도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인데 향후 반등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저점매수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극심해지자 상호관세의 90일 유예,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 교역국들과의 협상 등 유화적 태도로 돌아섰다. 

이에 증권사들은 서학개미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KB증권은 오는 6월30일까지 해외주식 첫 거래 고객 및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주식 온라인 거래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이달 14일 밝혔다.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온라인 거래금액에 따라 최대 100만 원의 보상을 지급하는 행사를 이달 30일까지 진행한다고 이달 15일 밝혔다.

신한투자증권도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주식 및 옵션거래 수수료 혜택 행사를 시작한다고 이달 15일 밝혔다. 매매수수료 1년간 우대 혜택과 4개국 통화 환전수수료 1년간 95% 우대율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해외주식 거래수수료의 경우 많게는 국내주식의 4배에 이르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수익원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주식 열풍으로 미국주식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이 경쟁사 대비 우수한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증권가의 미국주식 혜택 행사로 앞으로 서학개미들의 순매수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증시의 앞날이 여전히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부담이다.
 
'트럼프 쇼크'에도 서학개미 공세 멈추지 않는다, 증권사도 고객 확보 총력전

▲ 증권가에서 서학개미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희토류와 영화 등 비관세 부문으로까지 번지면서 전면전 양상으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호관세 유예는 '유예'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방식으로 증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경우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재하기로 하면서 16일(-6.87%)과 17일(-2.87%) 주가가 또다시 크게 내렸다.

H20은 엔비디아의 저가형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주로 중국에서 딥시크 등 인공지능(AI) 개발에 활용된다. 

엔비디아는 이번 규제로 인해 55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반적인 정책이 미국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 지는 오래다. 

브루스 캐스만 제이피모간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진다는 것이 현재의 기본 시나리오”라 말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CNBC에 “기업들이 부동산, 공장, 장비 등에 자본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