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 깊이 삼성화재맨' 이문화, 보험업계 첫 '언팩 콘퍼런스'로 혁신을 말하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 ‘언팩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보험이 ‘언팩(Unpack)’ 무대에 올랐다. 삼성화재가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언팩 콘퍼런스’를 열고 신상품을 공개하며 '혁신'을 선언했다.

“전통적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을 넘어 상품 서비스 혁신으로 고객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보험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신뢰를 잃어가는 보험산업, 꼭 필요한 보장을 하나의 상품으로 가입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고객들

보험업계의 관행적 문제점을 짚은 짧은 영상이 송출된 뒤 행사장은 잠시 암전됐다. 정적 속에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그리곤 '서비스 혁신'과 '고객의 직접 체감'을 얘기했다.    

행사는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렸다.

통상 ‘언팩’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 등 신상품을 공개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상징적 장치를 공유하며 삼성금융 차원의 지향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사장이 30년 이상 삼성화재에서 일해온 ‘삼성화재 맨’이다. 

이 사장은 대학교 졸업 직후인 1990년 3월 안국화재(현 삼성화재)에 입사해 삼성생명에서 근무한 약 1년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삼성화재에서 근무해 왔다. 

삼성금융 네트웍스에서 장기근속한 만큼 삼성 ‘로열티’가 높은 대표적 인물로 평가된다.

이를 증명하듯 이 사장은 2024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경영화두로 ‘초격차’를 제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초격차 2.0’을 들며 확고한 도약 의지를 드러냈다.

‘초격차’는 2등이 절대 넘볼 수 없는 압도적 역량으로 1위를 지킨다는 의미다. 이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기술 경쟁력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며 확산됐다.

삼성그룹이 강조하는 디지털 혁신처럼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상품 역시 보험업계에서 처음 보는 혁신적 상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뼛속 깊이 삼성화재맨' 이문화, 보험업계 첫 '언팩 콘퍼런스'로 혁신을 말하다

▲ 권기순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팀 상무가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 ‘언팩 콘퍼런스’에서 신상품 ‘보장 어카운트’를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권기순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팀 상무가 소개한 혁신상품 ‘보장 어카운트’는 ‘심리스 치료비’, ‘건강 리턴’ 등 기존 보험에서 찾아볼 수 없던 용어들로 구성된 상품으로 소개 영상부터 눈길을 끌었다.

5월 출시되는 이 상품은 이름 그대로 치료에 맞춰 보험금이 평생 지급되는 ‘보장 통장’이다.

권 상무는 항목 가운데 하나인 ‘심리스 치료비’를 암 치료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기존에는 암 관련 담보만 수십 개로 나뉘어 있었지만 고객이 보장 어카운트를 활용하면 약 5개 담보로 평생 보장받을 수 있다.

“더 이상 보험이 정체돼 있다는 생각을 벗어나 고객의 생활을 바꾸려 합니다.”

권 상무는 설레는 목소리로 이렇게 상품을 소개하며 스마트폰과 비교했다. 통화와 문자를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생활을 바꾸는 ‘범용 상품’이라는 의미에서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보험은 이 사장이 취임 이래 강조해 온 삼성화재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이 사장은 올해 1월, 언팩 콘퍼런스가 열린 곳과 같은 자리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새로운 기업 아이덴티티를 발표했다.

당시 이 사장은 “기업 아이덴티티에 기반을 두고 조직원 모두의 사고방식, 의사결정, 행동이 민첩하고 회복력 있게 된다면 지난해와 또 다른 ‘초격차 2.0’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사장 체제 아래서 삼성화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 관련 특약을 발 빠르게 내놓는 등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 왔다.
 
'뼛속 깊이 삼성화재맨' 이문화, 보험업계 첫 '언팩 콘퍼런스'로 혁신을 말하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5번째)이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 ‘언팩 콘퍼런스’에서 내빈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특히 한 주 뒤인 30일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을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상품을 발표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는 점에서 삼성화재의 혁신 경영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품은 뒤 지배구조나 영향력 행사 범위가 변화할지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콘퍼런스콜 등에서 변화하는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두 회사가 각각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 순이익 1위를 차지하는 만큼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울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는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속에서도 독자 행보를 부각했다. 이 사장이 삼성화재가 외부 변화보다 내부 혁신을 앞세운 전략으로 맞서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김승원 국회 정무위원회 국회의원과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비롯해 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등 보험 관련 기관과 학계, 재보험사, 언론사, 애널리스트, 법인보험대리점(GA) 대표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