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일단락되면서 조기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혀가는 동시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고율 수입관세 부과 대상에 한국이 포함되면서 대외 경제 불안 요인이 커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동시에, 대내외 복합 악재로 위축된 소비 시장을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업의 역할과 책임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거시적 흐름에 대응하는 한편, 국내 경제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인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한국 경제 제로성장 잇단 경고, 트럼프 관세 '폭풍'에 마이너스 성장 우려도 
② 침체된 경제 동력 살릴 추경, 여야 이견에 골든타임 놓칠 판
③ 한은 임기 1년 남은 이창용, 내수부양 위한 새 과제는 차기 정부와 호흡
④ 차기 정부로 옮겨진 부동산 정책 방향, '주택공급' '세제개편' '부동산PF 리스크' 향방 주목
⑤ 산업은행 강석훈의 '골든타임', 100조 첨단전략사업 지원 프로그램 역할 무겁다
⑥ 4대 금융 '내수안정’ '수출지원' 중책 맡아, 시장 안정에 총력
⑦ 삼성전자 침체된 내수 시장에 불안, 구독 모델로 돌파구 찾는다
⑧ LG전자 어려울수록 안방부터, 조주완 프리미엄 전략으로 '질적 성장' 이어간다
⑨ 롯데쇼핑 내수 회복 '엔진' 다시 켠다, 신동빈 지휘봉 잡고 대수술 지휘
⑩ 이마트 내수 침체에 '물가안정' 승부, 정용진 가격경쟁력 강화 총력


[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F4(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가운데 6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지닌 정치적 독립성을 바탕으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년이 넘는 기간 정권 교체에도 임기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경제다] 한은 임기 1년 남은 이창용, 내수부양 위한 새 과제는 차기 정부와 호흡

▲ 이 총재가 2월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내수부진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F4 가운데 다음 정권에서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은 이창용 총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총재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이후 21대 전철환 전 총재(1998년 3월~2022년 3월)부터 25대 이주열 전 총재(2014년 3월~2022년 3월)까지 모두 4년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쳤다.

그 과정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 적도 여러 번이다.

이주열 전 총재는 2014년 3월 총재에 오른 뒤 2017년 정권이 교체됐지만 2018년 3월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주열 전 총재의 연임은 1970년대 제11대 김성환 전 총재 이후 약 40년 만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기에 가능한 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한국의 중앙은행으로 물가안정을 위해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율적 통화정책 집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은행법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여러 조항을 두고 있다. 한국은행법 제3조가 대표적이다.

한국은행법 제3조는 ‘한국은행의 중립성’에 대한 내용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돼야 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한국은행법은 동시에 통화정책에서 정부와 호흡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행법 제4조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물가안정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6조는 “한국은행은 정부와 협의하여 물가안정목표를 정한다”고 말한다.

결국 기준금리와 관련한 통화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그 과정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한국은행 총재가 F4 멤버로 매주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행 총재 임기는 4년이다. 이창용 총재는 2022년 4월21일 임기를 시작해 2026년 4월20일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에서는 6월 장미대선이 열려 새 내각이 출범하면 F4 가운데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연속성을 바탕으로 경제정책의 중심을 지켜야 하는 셈이다.

현재 국내경제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여겨진다.

연초부터 경기침체 분위기가 짙어지는 상황 속 최근에는 미국 상호관세 우려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1.75%포인트까지 벌이진 상황에서 집값은 계속 뛰고 가계부채 증가세 역시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제는 경제다] 한은 임기 1년 남은 이창용, 내수부양 위한 새 과제는 차기 정부와 호흡

▲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주가 변동성도 커지는 가운데 대선이라는 큰 변수도 다가오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이 총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셈이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장 1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이틀 앞둔 상황에서도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어차피 인하할 거라면 지금 하는 게 낫다”며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이들도 이 총재가 이번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하며 ‘인하와 같은 동결’을 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환율 등 거시경제 상황을 볼 때 기준금리 동결을 해야 하지만 미국의 상호관세 위협에 직면한 한국 경제 상황이 금리 인하를 미룰 만큼 여유롭지는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총재가 6월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와 호흡을 잘 맞춘다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연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총재는 당초 문재인 정부에서 추천된 인사로 청문회에서 여야 구분 없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금리 정책으로 모든 경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 관세 정책 등) 경기에 추가적 요인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재정과 통화 정책이 공조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동시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애초 내놓았던 1.9%에서 1.5%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