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확산하고 있다. 

기존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유의미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함에 따라 당내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덕수 권한대행을 새로운 카드로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국힘 내부에서 '한덕수 대선 차출론' 커져, '제2의 반기문' 될 가능성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 권한대행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당초 "대통령의 디귿(ㄷ) 자도 꺼내지 말라"며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그의 출마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 권한대행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눈 첫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서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은 당내 기대감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욱 국민의힘 대변인도 9일 당 지도부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에 대해 평가하면서, 이번 경선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말씀을 한 분들도 계셨다"며 "한 대행 출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좀 더 많았다"고 전했다.

한 권한대행을 소환하려는 움직임은 며칠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입장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도 "한덕수 대행이 후보로서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 권한대행 차출설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한덕수 차출론은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 출마를 직접 권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덕수 차출론이 확산하는 것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전 대표와 겨뤄볼 만한 '대세 후보'가 아직 뚜렷히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힘 내부에서 '한덕수 대선 차출론' 커져, '제2의 반기문' 될 가능성도

▲ 왼쪽부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내부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전 대표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과 벌인 가상 양자대결에서 모두 15~2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국민의힘 내부에 친윤계가 많고 그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한덕수 차출론이 제기되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음에도 당의 주류는 여전히 친윤계가 차지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출마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윤심'을 받들어 당의 간판으로 나설 주자는 마땅치 않다. 김문수 전 장관의 지지세가 높지만, 과거 발언이 문제 될 수도 있고 '친윤' 계보의 적통도 아니다.

김 전 장관은 2019년 8월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광복절 문재인 퇴진 구국연합집회'에 참석해 "뻘건 윤석열이 검찰총장이라는 저 뻘건 사람들,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33년 형으로 적폐청산한다는 이름으로 다 잡아넣은 저 뻘건 검찰청이 보이느냐"고 말한 적도 있다.

반면 한 권한대행은 윤 전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인물로, 당내에선 윤심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특히 최근 이완규 법제처장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하며 '윤심'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그가 출마하면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한 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범보수권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대선 행보에 나선 지 20일 만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다.

정치 신인으로 자신에 대한 각종 검증 공세를 견디지 못한 점, 당시 진보 진영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한 점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힘은 친윤 쪽에서 당내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궁여지책으로 한덕수를 생각하는 거 아닌가"라며 "유엔 사무총장 하던 반기문씨를 대통령 만들겠다고 해서 당시에 새누리당 일부 국회의원들이 쫓아가서 했지만 결국 가서 못 하고 만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덕수 차출론에 대한 당 내부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한 권한대행이 계엄으로 파면된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이기 때문에 국민이 받아들이기에도 쉽지 않고,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내란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전 대통령의 총리를 차출하자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잘 안된다"며 "이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영달의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일부 의원들은 한 대행이 윤심과 민심을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식적으로 이완규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큰 사고를 쳤는데 어떻게 중도 확장성이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것으로, 뉴스1 의뢰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5년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성·연령별 가중치(셀가중)가 부여됐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