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IBK기업은행 쇄신안 마무리단계 왔지만. 상장사와 국책은행 '이중 정체성'에 한계

▲ 임기가 반 년 정도 남아있는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부당대출 사건을 계기로 전사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쇄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은행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그간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가치금융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최근 진행된 IBK기업은행의 하반기 정기인사를 두고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한 발언이다.

김 은행장의 임기는 2026년 1월2일까지다. 2024년 터진 대규모 부당대출 사태에서 출발한 개혁 드라이브를 결산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김 행장은 구체적 쇄신안을 통해 여러 가지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개혁의 실질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이 지닌 구조적 문제와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한계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개혁의 출발점이 된 대규모 부당대출 사태

김 행장이 쇄신안을 들고 나오게 된 계기는 2024년에 터진 대규모 부당대출 사태다.

이 사건에는 기업은행의 전·현직 직원 28명 이상이 연루돼 있는것으로 알려졌으며 부당대출 규모는 약 882억 원이다. 여기에 조직적 은폐 시도와 감사 방해 등의 정황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기업은행 내부의 리스크 관리 부실과 통제 시스템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기업은행의 대외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다. 

김 행장은 이 사건 이후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대대적 쇄신을 선언하고, 총 5개 부문, 16개 항목에 달하는 개혁 과제를 추진해왔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13개 과제가 완료됐으며, 나머지 3개 과제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김 행장은 이번 쇄신을 통해 조직의 도덕적 해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책임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 구체적 쇄신안과 성과,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문화 개선

개혁안의 핵심은 여신 프로세스 개편에 있다. 대출 심사 과정 각 단계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리스크 점검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부당대출 등 불법 행위의 사전 차단 체계를 구축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내부 감사 기능의 독립성을 확대하고, 사고 발생 때 즉시 보고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기업은행은 이 체계가 조직 내 은폐와 방조 문화를 줄이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도 중요한 축이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의 권위주의적 관행을 탈피하기 위해 내부 소통 채널을 다양화했다. 임직원 가족과 퇴직 직원의 DB 등록 의무화, 대출 전 과정에서의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 도입 등을 통해 이해상충 구조를 해소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16일자 정기인사도 김 행장의 쇄신 기조가 반영됐다. 특히 사내 부부 등 친인척 관계자가 같은 권역에서 심사와 영업을 함께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가 도입되면서 ‘생이별 인사’라는 웃지못할 별명이 붙기도 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 쇄신안 마무리단계 왔지만. 상장사와 국책은행 '이중 정체성'에 한계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3월26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사과문 및 쇄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IBK기업은행 >

◆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기업은행의 구조적 한계

김 행장의 전사적 쇄신안은 내부 통제와 도덕적 해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문제는 단기적 제도 개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기업은행에 산적해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가장 두드러지는 구조적 문제는 정책금융기관 특유의 항아리형 조직구조와 인사 책임 분산이다. 관리자급 인력이 과다한 구조 때문에 내부 의사결정의 명확성이 떨어지고, 내부 견제 기능도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시장 논리보다 정책 목표가 우선시되며 그 과정에서 관행이 누적되고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효율화를 추진할 수 있지만 기업은행은 유연한 인력 운용이 어렵다는 점도 기업은행의 구조적 한계 가운데 하나다. 

‘시간’역시 부족하다. 김 행장의 전사적 쇄신안이 시행되기 시작했지만 실제 개혁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과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데 김 행장이 임기 내 이를 모두 해결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 상장사와 국책은행이 갖는 이중 정체성의 무게, 선진국 사례도 참고해야

기업은행이 가진 상장사이자 국책은행이라는 이중 정체성도 개혁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상장사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확실하게 챙겨서 주주에게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지만, 국가의 정책 수행을 보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적 적자는 감수해야 한다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책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선진국의 주요 국책은행들은 대부분 비상장사로 남아 100% 국유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의 KfW은행그룹, 일본의 JFC(일본금융공사), 프랑스의 Bpi프랑스, 영국의 BBB(영국비즈니스은행) 모두 정부 또는 관련 정부기관이 지분을 100% 보유한 형태로 운영된다.

특히 독일 KfW는 정부 정책에 따라 운영되면서도, 이사회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정치적 독립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상적 국책은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사회 의장과 집행이사는 정부가 임명하지만, 정당 정치로부터의 거리두기를 통해 정권에 따라 정책금융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쇄신이 단기적 제도 도입에만 그친다면 결국 개혁이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라며 “다만 기업은행과 정부 조직, 금융시장 등 여러 요소가 밀접하게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김 행장 개인이 풀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