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이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 설비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202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SKC 영업손실로, 유리기판 추가 설비투자를 진행할 자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은 대대적 리밸런싱(사업 구조조정)을 하반기에도 이어나가며 자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6일 반도체 기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C가 2025년 하반기부터 AMD, 아마존 등과 손잡고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 양산에 들어간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현재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 공장에서 유리기판을 시험 생산하고 있는데, 이르면 올해 8월 시제품 테스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2027년 이후를 유리기판 양산 시점으로 잡은 것과 비교하면 1년 이상 빠른 셈이다.
박원철 SKC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세계 최초 글라스 기판 양산라인인 조지아 1공장은 적기 양산을 목표로 시운전 중”이라며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고 밸류체인(가치사슬) 내 다양한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인데, 신영증권은 SKC의 유리기판 매출이 2026년 3151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리기판은 표면이 매우 고르고 매끄러워 반도체 미세회로 패턴을 정밀하게 그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 실리콘 기판보다 40% 이상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며, 7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변형되지 않고, 휘어짐에도 강해 대면적 기판 제작에도 강점이 있다.
미세회로 구현, 칩 집적도, 내열성, 신호 전송 등에서 기존 소재 대비 뛰어나 인공지능(AI)·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더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2025년 2300만 달러(약 311억 원)에서 2034년 42억 달러(약 5조6826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앱솔릭스가 제작한 반도체 유리기판 모습. <앱솔릭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SKC의 유리기판 생산 규모는 연산 1만2천㎡로, 6만㎡ 규모의 2공장 투자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SKC의 미션 중 하나는 유리기판 증설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KC는 오랜 실적 악화로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력인 화학과 동박 사업 부진으로 2023년 2137억 원, 2024년 276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도 2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올해 1분기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6억 원에 그친다.
박 사장은 현금 마련을 위해 올해 4월 CMP(반도체 웨이퍼 연마재), FCCL(핸드폰용 동박적층판) 사업을 매각하는 등 대대적 리밸런싱(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했다. 또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5월에는 3100억 규모의 교환사채(EB)도 발행했다.
최근에는 완전 자회사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1500억 원을 확보했다.
하반기에도 부족한 현금 확보를 위해 추가 리밸런싱에 나설 공산이 커 보인다.
현재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자산은 실리콘 음극재를 담당하는 자회사 ‘얼티머스’, SK엔펄스의 블랭크마스크(반도체 제조용 포토마스크 원재료) 사업 등이 있다.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PIC글로벌’ 지분 51%도 매각 후보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SKC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유리기판 같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사업 중심을 옮기려 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현금 창출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만큼, 유리기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