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확률형 아이템’ 조작 혐의를 받은 게임사들에 대한 제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최근 위메이드, 그라비티 등 일부 게임사가 유료 게임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부풀리다 과태료 부과를 받은데 이어, 엔씨소프트와 웹젠 등 주요 대형 게임사들에 대한 추가 제재가 예고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공정위 '확률형 아이템 조작' 게임사 제재 솜방망이, 30억 매출에 과징금 미미

▲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 조작 혐의를 받는 게임사 제재 수위 결정에 들어갔다.


다만 부과된 제재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대규모 현장 조사를 마무리하고 주요 게임사들에 대한 제재 수위를 확정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웹젠에는 최근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가 담긴 심사보고서가 발송됐다.

공정위는 이들 게임사가 각각 서비스한 ‘리니지M’과 ‘뮤 오리진’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조작해 이용자를 기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 측 의견서 제출 이후 조만간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서 4월 중순에는 코그, 위메이드, 그라비티 등 3개 게임사에 제재가 연달아 확정됐다. 

코그(KOG)가 서비스하는 ‘그랜드체이스 클래식’ 확률 조작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600만 원이 부과됐다. 위메이드, 그라비티가 각각 ‘나이트크로우’와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와 관련해 250만 원의 과태료 부과 및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가 결제한 뒤 무작위로 아이템을 얻는 구조의 유료 아이템이다.

이 때 아이템 획득 확률 정보공개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논란의 핵심이다. 확률 정보공개에 대한 논의는 2015년부터 시작됐으나 법제화는 2024년 3월 게임산업법 개정을 통해서야 이뤄졌다.

공정위는 법 시행을 전후로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대형 게임사를 포함한 다수 업체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이어진 조사들의 제재 수위는 최근 들어 확정되고 있지만 이어진 제재들의 수위가 낮아 형식적인 징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불공정 행위로 인한 경제적 이득과 비교해 실제 제재 수위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코그는 ‘구슬 봉인 해제 주문서’ 확률 구조를 거짓으로 알린 점이 확인됐다. 해당 방식으로 30억 원 상당의 주문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지만 과징금은 불과 3600만 원만 부과받았다.
 
공정위 '확률형 아이템 조작' 게임사 제재 솜방망이, 30억 매출에 과징금 미미

▲ 사진은 위메이드 판교 사옥.


위메이드와 그라비티는 각각 확률형 아이템의 표기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표시한 점이 적발됐다. 

위메이드가 각각 이용자들에게 3억6천만 원을 환불, 그라비티가 1억2400만 원을 환불하는 등 매출 규모는 억 단위를 넘어섰지만 과태료는 각각 250만 원이 부과됐다. 

앞서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건’으로 법제화의 계기 중 하나가 됐던 넥슨은 지난해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인 116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상품 판매 매출에 비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코그의 경우 회사가 취득한 경제적 이득을 추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별도로 정한 정액과징금을 활용했다. 

위메이드와 그라비티의 경우 게임사가 법위반 사실을 스스로 시정하고 소비자들에게 구매대금을 환불한 점을 감안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 회장은 “환불해줬다는 사정이 참작되어 경미한 과태료 부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두 게임 모두 환불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자의적인 환불 기준을 적용해 진행된 것이라는 점이 검토되지 못했단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재 엔씨소프트, 웹젠을 비롯해 크래프톤, 컴투스 등 대형 게임사들에 대한 제재도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재 역시 사실상 ‘경고’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확률형 아이템 조작 문제는 게임산업의 신뢰 회복과 건전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