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양극재도 중국 '톱티어' 중심 재편,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커지는 부담  

▲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건립되고 있는 LG화학 양극재 공장. 연산 6만 톤 규모로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 LG화학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시장이 하위 기업은 퇴출되고 중국을 필두로 한 상위업체 중심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등 한국 양극재 업체는 최근 매출 감소에도 보수적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시장이 선두권 업체 위주로 재편되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도 배터리 시장과 마찬가지로 ‘중국 상위업체 중심’ 재편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롱바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가 양극재 공급망을 장악하고 생산 능력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전기차의 성능과 주행거리를 좌우한다.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하며 소재에 따라 크게 3원계(NCM)와 리튬인산철(LFP)로 구분된다. 

조사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배터리 양극활물질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은 80% 이상에 이른다.

중국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글로벌 양극재 시장의 상위업체 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에반 하틀리 분석가는 “중국 일부 양극재 기업도 사업을 철수하거나 가동률 10%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며 통합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는 최근 실적 악화를 겪는 한국 양극재 기업에도 부담 요소다. 

글로벌 양극재 시장이 상위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 협상력이나 가격 경쟁력 확보 등에서 여의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양극재 기업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시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며 “트럼프 관세와 같은 비용 증가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한국 양극재 기업은 지난해 들어 대부분 2023년과 비교해 매출 감소를 면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LG화학은 2026년 양극재 생산 목표를 연산 20만 톤에서 17만 톤으로 축소하겠다고 2월3일 발표했다. 

포스코퓨처엠 또한 GM과 함께 캐나다에 건설 중인 양극재 합작공장 완공 일정을 지난해 9월에서 올해 5월로 미뤘다. 

중국 업체 공세에 치여 보수적 운용 기조를 가져가는 한국 양극재 기업이 시장 통합으로 수주 물량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4년 글로벌 양극재 시장을 집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양극재 업체가 공격적 증설과 원가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배터리셀 시장에서 벌어졌던 일이 양극재 업계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배터리 양극재도 중국 '톱티어' 중심 재편,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커지는 부담  

▲ 3월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 엘앤에프가 3원계 양극재를 부스에 전시해 두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배터리셀 상위 업체인 CATL과 BYD는 난립하던 중국 배터리 제조사의 잇따른 파산 및 사업 축소에 입지를 더욱 키우며 글로벌 상위 기업으로 빠르게 안착했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셀 기업도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실적 악화를 면치 못했는데 핵심 소재인 양극재 분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 양극재 기업은 K-배터리 업체가 주요 고객사인 만큼 중국 배터리 업계 성장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 부진, 중국 경쟁사와 맞대결 등 ‘이중고’에 놓일 공산이 크다. 

한화투자증권은 3월18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양극재 업체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증권가 예상치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양극재 생산이 꾸준히 늘 것이라는 전망도 확인된다. 
 
투자은행 BNP파리바 소속 제이슨 싱 분석가는 “중국 업체가 글로벌 양극재 소재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동안 생산이 확대될 것으로 바라봤다. 

종합하면 배터리셀 시장이 겪는 중국 상위업체 통합 추세가 양극재 시장에도 닥쳐올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장벽으로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양극재 기업에 희소식일 수 있다. 

유럽 양극재 기업 유미코아의 바트 삽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지역에 의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며 중국 업체 중심으로만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