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가 2월1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 위치한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 및 판매 거점을 다변화해 중국 BYD와 같은 경쟁사와 세계 시장에서 맞붙으려 하는데 트럼프 관세를 계기로 이러한 작업에 속도가 붙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최근 중국 BYD의 인도 현지 투자를 허용할지 묻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허가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피유시 고얄 장관은 7일 뭄바이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 참가해 이와 같은 언급을 내놨다.
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인도에 10억 달러(약 1조4670억 원) 투자 제안을 했는데 당국 반대로 여의치 않게 됐다.
인도 장관이 BYD 쪽에 보인 태도는 같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를 대하는 모습과 확연한 온도차를 보였다. 고얄 장관은 2월22일 테슬라의 인도 현지 투자를 환영한다고 직접 말한 바 있다.
이후 테슬라는 뭄바이에 전기차 전시장을 위한 임대차 계약을 3월 맺었다. 인도 전기차 제조 공장도 저울질하고 있다.
현지방송 CNBC TV18은 “인도 정부는 BYD가 아닌 테슬라만 환영하고 있다”고 짚으며 테슬라가 반사 이익을 누렸다고 바라봤다.
중국 정부 또한 테슬라에 우호적 움직임을 나타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링 지 차관은 “테슬라를 비롯한 외국 투자자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링 지 차관은 최근 중국에 투자한 20개 미국 기업 대표에게 관세 영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중국과 인도 정부가 미국의 보호관세 발표에도 잇달아 테슬라의 현지 사업에 긍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과 인도는 글로벌 전자 및 자동차 업체의 중심 제조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정부가 각각 34%, 27% 상호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대미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가 미국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2월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앞두고 중국과 인도 정부가 미국 대표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 정부는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인도는 애플을 비롯한 미국 거대 기술기업이 중국을 대체할 차세대 제조 거점으로 삼으려 하는 곳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 와중에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중국 또한 테슬라를 포함한 해외 기업에 무역 정책을 직접 설명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테슬라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현지 투자업체에 중국 상무부 차관이 내놓은 발언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인도가 미국 기업 가운데 테슬라를 점찍어 우호적 입장을 보이는 배경으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꼽힌다. 일론 머스크 CEO는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역할을 확대하며 대통령 최측근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시에 펑 주미 중국대사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위해 일론 머스크와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가 미국 정부와 중국 및 인도 정부 사이 무역 협상에 다리를 놓는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로이터의 4월2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트럼프 정부와 벌일 양자 협상에서 전기차 관세를 즉각 인하하는 정책을 통해 테슬라의 현지 진출을 돕는 방안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상호관세 목표를 제조업 국내 복귀(리쇼어링)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을 모두 미국으로 들이겠다는 구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중국과 인도가 전 세계적 제조 거점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벌일 관세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CEO는 최근 자신의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관세 반대 의견을 시사해 당장 전기차 생산비용 및 판매 악영향을 우려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