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가상화폐 규제 소나기, 이석우 업비트의 두나무 길 찾을까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취임했는데 갈길이 쉽지않아 보인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의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가상화폐 위축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가상화폐에서 쏟아지는 규제 소나기를 피해 두나무의 갈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석우 두나무 대표의 취임은 가상화폐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을 씻기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창업자인 송치형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이석우 대표를 영입했다.

이 대표가 경영전면에 나서고 송 전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업비트의 글로벌 확장과 블록체인에 기반한 신규서비스 발굴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빼든 만큼 굵직한 인사를 영입해 일종의 '양성화'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며 "이석우 대표는 IT(정보기술)업계에서 존재감이 상당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와 한국IBM, NHN 등 대형 IT기업에 몸담아왔다. IT기업의 사업과 정책,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1966년생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루이스앤드클라크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2년가량 세법 전문 변호사로 일했는데 한국IBM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IT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2004년 NHN에 입사해 2010년 NHN미국법인 대표에 올랐다. 2011년 귀국했는데 김범수 의장이 함께 일하자고 권유하면서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김범수 의장과 회사를 키웠다. 이후 중앙일보에서 디지털 총괄을 맡았다. 

카카오는 두나무 지분을  23%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대표의 취임으로 카카오와 연결고리가 더 강화된 셈이다. 카카오의 브랜드 파워는 업비트가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문을 연 후발주자지만 최근 일 거래대금 기준으로 업계 1위인 빗썸을 앞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빠르게 커왔다. 그런데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의 부정적 시선이 이런 성장세의 가장 큰 벽인 셈이다. 

이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서 "버블은 지나고 봐야 그게 버블인지 알 수 있지 진행과정에서는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임 한 달도 안돼 정부의 규제에 부딪힌 만큼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위원회는 1월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가상계좌의 실명전환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언급했던 ‘거래소 폐쇄 근거법안’을 놓고도 정부는 “논의하고 있는 대책 중 하나일 뿐 확정사항이 아니다”며 물러서긴 했으나 부처간 의결을 조율하고 있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거래소 폐쇄방안은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닌 만큼 가상화폐 투자자가 스스로 손실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거래소들은 이미 거점을 해외로 옮기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등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싸워야 할 시선은 넓도고 깊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최근 JTBC 방송 '썰전'에 출연해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진짜 손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며 "비트코인은 사회적 생산적 기능이 하나도 없는 화폐"라고 혹평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역시 가상화폐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가상화폐가 나쁜 결말(bad ending)에 이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한국블록체인협회에 11일 가입신청을 했다. 협회는 지난해 말 ‘자율규제안’을 발표하며 정부의 압박에 대응해 자구책을 내놨다. 하지만 업비트는 “시스템이 다르다”며 가입하지 않았었는데 이제 협회의 자율규제안을 수용한 셈이다. 

업비트는 최근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발표한 규제안을 제외하고도 미성년자 거래금지와 보안 강화, 고객센터 대규모 확장 등 투자자 보호와  서비스 안정화 등을 자율규제안으로 추가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미성년자는 1월부터는 기존 고객의 거래도 중지하고 임직원의 경우 업비트 거래를 하면 해고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사규에 추가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