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CJ올리브영 합병 상법 개정으로 탄력, 이선호·이경후 승계 시나리오 주목

▲ CJ와 CJ올리브영 합병이 상법 개정으로 탄력을 받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장녀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실장의 지분 승계 시나리오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최종 가결됐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은 3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오후 본회의에서 재석 272명 가운데 찬성 220명, 반대 29명, 기권 23명으로 가결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CJ와 CJ올리브영 합병설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올리브영이 CJ그룹 지분 승계를 위한 자원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오너 4세가 많은 지분을 가진 핵심 비상장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2024년 CJ올리브영 매출은 4조7900억 원으로 CJ 전체 매출 43조6467억 원과 비교하면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에서 추정하는 CJ올리브영 기업가치는 최소 6~7조 원. 3일 종가 기준 CJ의 시가총액인 4조5020억 원을 웃돈다.

CJ올리브영 지분은 지주회사인 CJ가 51.15%를, 특수관계인인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이 각각 11.04%와 4.21%를 소유하고 있다.

지주사인 CJ 지분은 이재현 회장이 보통주 42.07%를 가진 반면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은 보통주를 각각 3.2%와 1.47%를 들고 있는 데 불과하다.

CJ신형우선주(CJ4우)가 2029년 전량 보통주로 전환된다고 해도 이들의 보유 지분은 이선호 실장 6.5%와 이경후 실장 4.7%에 그친다.

그룹의 원만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의 CJ 지분 확보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간 시장에서 예상한 CJ 지분 승계 시나리오는 2가지다. CJ올리브영 기업공개(IPO)로 확보될 자금으로 CJ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과 CJ·CJ올리브영 사이 합병으로 CJ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CJ·CJ올리브영 합병 상법 개정으로 탄력, 이선호·이경후 승계 시나리오 주목

이재현 CJ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2025년 4월 일본 도쿄에서 현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자리에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맨 왼쪽)이 동석해 있다. < CJ >


이번 상법 개정으로 CJ올리브영의 상장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즉 기존처럼 대주주(오너 일가)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특히 CJ는 올리브영을 상장시키면 모회사인 CJ의 기업가치가 할인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피하려면 합병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간 CJ올리브영의 행보도 CJ와 합병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CJ올리브영은 3월 한국뷰티파이오니어(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가 가지고 있던 지분 11.29%를 자사주로 매입하며 외부 주주 지분을 회수했다.

3월 말을 기준으로 CJ올리브영은 자기주식 22.57%를 소유했다. 이를 전량 소각하면 CJ올리브영 지분 구성은 이선호 실장 14.3%, 이경후 실장 5.4%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CJ의 시가총액을 웃도는 상황에서 CJ와 CJ올리브영이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합병하면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이 가지는 CJ 지분은 대폭 확대된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CJ올리브영의 상장으로 CJ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보다 세금 부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CJ·CJ올리브영 합병 상법 개정으로 탄력, 이선호·이경후 승계 시나리오 주목

▲ 3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CJ그룹 오너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왼쪽)과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실장이 CJ올리브영을 이용해 CJ 지분 승계를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 진행 과정에서 CJ가 올리브영을 상장하기보다는 합병 방식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그 이유는 상장을 염두에 뒀다면 외부 지분을 굳이 내부화할 이유가 적고, 최근 주주가치 제고가 화두가 되면서 중복상장에 대한 비우호적인 사회 분위기가 커졌으며, 상장 시 지분 처분을 통한 투자 자금 회수와 이후 CJ 매입 전략에는 오너 4세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상법 개정 이슈에 따라 CJ를 비롯한 국내 지주사 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는 점은 걸림돌로 여겨진다.

CJ의 주가는 6월 한 달 동안 17.75%가 올랐다. CJ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지면 합병 이후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이 취득하는 CJ 지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CJ그룹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CJ 관계자는 “아직 승계를 준비하거나 합병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해당 사항이 없다”며 “외부와 내부의 관점에 속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