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튜디오드래곤이 하반기 한한령 완화 기대감에 신작 공개가 대거 예고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는 드라마 ‘폭군의 셰프’. <스튜디오드래곤 홈페이지 갈무리>
스튜디오드래곤은 하반기 다수의 신작 공개에 더해 수목 드라마 편성 재개도 예고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유통이 다시 열릴 경우 실적과 주가 모두에 훈풍이 불 수 있다.
10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해보면 올해 하반기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 반등 기대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1분기 ‘별들에게 물어봐’, ‘그놈은 흑염룡’ 등 주요 TV 방영작들이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소 주춤한 출발을 보였다. 2분기 라인업도 ‘미지의 서울’, ‘금주를 부탁해’ 등 소수 신작에 그치며 상반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자연스레 낮아진 분위기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폭군의 셰프’, ‘태풍상사’, ‘얄미운 사랑’ 등 기대작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으며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겨냥한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 ‘소울메이트’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여기에 그동안 중단됐던 tvN 수목드라마 편성도 재개되며 실적 반등을 위한 발판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침 외부 환경도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한한령 해제 기대감을 키울 만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 2월 ‘2025년 외자 안정 행동 방안’을 발표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섰다.
이런 흐름은 콘텐츠 업계에도 반가운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중국 극장가에 개봉하며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할리우드 제작이지만 한국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 중국 스크린에 오른 것은 수년 만이다. 한동안 굳게 닫혀 있던 한한령의 벽에 의미 있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글로벌 OTT와 오리지널 콘텐츠 확장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 한한령 해제까지 현실화된다면 국내 콘텐츠 산업에는 상당한 ‘윈윈’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특히 중국과의 동시 방영이 가능해질 경우 수익성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해외 OTT 플랫폼에서 작품이 실시간 또는 동시 공개될 경우 구작 대비 계약 단가가 훨씬 높게 책정된다.

▲ 한한령 완화시 다수의 국내 작품이 중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글로리'(왼쪽)와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포스터.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를 대표하는 드라마 제작사로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등 글로벌 팬층을 확보한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이미 해외 시청자 사이에서 입지를 굳힌 콘텐츠로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경우 판권 수출 단가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 리메이크 계약 확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 내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종영한 ‘눈물의 여왕’은 아직 정식 유통되지 않았음에도 현지에서 불법 시청 후기를 남긴 리뷰 수가 4만6천 건에 이를 정도다. 정식 판권 유통만 가능해진다면 수익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구작의 경우 작품별 차이는 있지만 한 편당 중국 판매 가격이 최대 20억~30억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제작이 완료된 콘텐츠인 만큼 별도의 제작비 부담 없이 수익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구조다.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과거 히트작들이 ‘시간을 거슬러 온 효자’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스튜디오드래곤이 다양한 수요에 맞춘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연간 30편 안팎의 드라마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글로벌 OTT뿐 아니라 중국 OTT와의 동시 방영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여력도 충분하다.
시장 규모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중국 3대 OTT 플랫폼의 유료 가입자 수는 약 3억3천만 명으로 글로벌 최대 OTT인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 3억 명을 이미 넘어섰다. 사실상 ‘넷플릭스급’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셈이다.
중국 시장은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과 주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18일까지만 해도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4만 원대에 머물렀지만 한한령 완화 기대감이 퍼지자 불과 3일 만인 21일 5만 원까지 치솟으며 25%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반등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1분기 주요 작품의 시청률 부진과 2분기 신작 부족 등이 겹치면서 주가는 현재 4만5천 원 안팎에서 숨 고르기 중이다.
중국 내 한국 드라마 유통은 한한령 이후 꽉 막혀 있었으나 2022년 ‘사임당’을 기점으로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총 18편의 구작 드라마가 중국 OTT 플랫폼을 통해 정식으로 공개됐고 이 가운데 5편이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작품이다. 다만 2023년 3월 이후 심의 허가가 다시 중단되면서 현재까지 정식 유통된 한국 드라마는 전무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한령이 완화되면 콘텐츠 업계 전반의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정확한 시기가 언제쯤일지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최근 중국이 미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강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오히려 한국 콘텐츠 수입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