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과 너무 유착되면 안 되듯이 시민사회와 너무 가까이만 있어서도 안 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7월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했던 말이다. 공정위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개혁 속도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기도 했다. 
 
[오늘Who] 김상조의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가 환영받지 못하는 까닭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 위원장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합의한 전속고발제의 일부 폐지도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한쪽에서는 기업의 부담을 걱정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시민사회에서 기대했던 만큼 혁신 강도가 높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함께 서명한 합의안을 살펴보면 가격담합, 입찰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등 중대한 담합행위에 한정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와 연관된 법을 어긴 주체를 공정위에서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도 공소를 진행할 수 없는 제도다.

공정위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들어온 자진신고 정보를 검찰과 일정 이상 공유하고 상황에 따라 검찰에서 먼저 수사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와 검찰의 ‘이중 조사’ 논란을 감안해 “공정위와 검찰은 이중 조사에 따른 기업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여타 담합사건의 처리에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설과 유통 등 담합 처벌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전속고발제의 일부 폐지에 따른 불똥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와 검찰이 이중 조사 부담을 아무리 줄여준다 해도 검찰 수사를 함께 받는 것 자체가 대응하기 힘든 일”이라며 “자진신고를 했을 때 형사처벌이 확실하게 감면 혹은 면제되지 않는다면 자진신고 자체가 위축되는 일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전속고발제의 일부 폐지에 불똥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3~2017년 동안 고발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84%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전속고발제의 일부 폐지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막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시각도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21일 논평을 통해 “전속고발제의 일부 폐지 합의는 재벌과 대기업의 ‘갑질’을 효과적으로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비교해도 한참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거래를 하는 행위 등이 전속고발제의 폐지 대상에서 빠진 점 등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누구든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