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1차 경선이 흥행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경선 후보 토론회는 정책 대결보다 인신공격 발언이 주목받는 등 '수준 이하 토론'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윤 어게인 신당' 논란과 한덕수 차출론으로 지지층의 시선까지 분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힘 1차 경선 흥행 부진, '수준 낮은 토론'에 윤석열·한덕수로 '시선 분산'까지

▲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 B조 후보들이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토론회 시작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나경원·홍준표·한동훈 후보. <연합뉴스>


21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1차 조별 토론회 속 후보들의 질문 수준이 도마에 올랐다.

홍준표 후보는 20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B조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에게 "청년의꿈(홍 후보 온라인 소통 플랫폼) 사이트에서 물어보라고 해서 묻는다. 키도 크신데 뭐 하러 키높이 구두를 신냐"며 "생머리냐, 보정 속옷이냐는 질문은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질문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외모를 콕 집어 꺼내든 것이다.

한동훈 후보는 이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 "(질문을 한 사람이) 청년이 아니신 것 같은데,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거 보면"이라고 답했다. 이날 홍 후보의 외모 지적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온 당 안팎의 일부 강성 지지층의 한 대표 공격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국민의힘은 MBTI 자기소개, 밸런스게임 등 예능적 요소를 경선 과정에 도입하는 등 흥행에 공을 들였다. 특히 이날 토론회는 1차 경선 과정에서 사실상 흥행을 일으킬 거의 유일한 기회였다.

그러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로서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내용과 비전 제시, 정책 대결보다 인신공격성 발언이 주목받는 등 '수준 이하 토론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후폭풍이 일었다. 

한 후보 캠프의 김근식 정무조정실장은 "국민의힘 경선이 퀄러티가 너무 떨어진다. 창피하고 화가 난다"며 "정치 선배라면서 술자리 뒷담화에서나 키득거리며 할 농담을 경선 토론회에서 거리낌없이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대선주자를 검증해야 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할 수 있나"라며 "특정 후보들이 경선 과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찬탄·반탄 격돌이 되풀이되면서 국가 운영의 경륜과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도토리 키재기' 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의 관심을 끌 만한 장면은 거의 없고 일찌감치 예상됐던 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힘 1차 경선 흥행 부진, '수준 낮은 토론'에 윤석열·한덕수로 '시선 분산'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5년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별도로 경선 자체에 대한 관심이 분산되고 있다는 점도 흥행 실패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자체가 '예선전'이 돼버렸다. 당내 경선에서 어렵게 1등을 한다고 해도 결국 한 권한대행과 최종 결승전을 남겨두는 셈이 된다. 
 
실제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1차 경선 와중에도 외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둔 답변을 내놓으면서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한 권한대행은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답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외신 인터뷰가 공개된 날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 참석했다. 사실상 대선후보 행보로 보인다.
 
국힘 1차 경선 흥행 부진, '수준 낮은 토론'에 윤석열·한덕수로 '시선 분산'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가운데)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김계리 변호사(왼쪽) 및 배의철 변호사와 식사를 나누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계리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윤 어게인 신당 창당' 논란도 국민의힘 경선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맡았던 김계리·배의철 변호사는 17일 느닷없이 '윤 어게인 신당' 창당을 예고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여론은 삽시간에 이들과 윤 전 대통령을 향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기 대선에 직접 등판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쪽에서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들은 이튿날인 18일 '창당 일정 취소'를 알리면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빠듯한 경선 일정에서 소중한 시간을 이틀 이상 날린 셈이 됐다. 

여기에 김 변호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전 대통령과 배의철 변호사를 만나 촬영한 사진과 함께 "내 손으로 뽑은 나의 첫 대통령, 윤버지(윤석열 아버지)"라며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하게)"라고 적었다. 윤석열 신당의 불씨가 아직 살아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당 경선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불만도 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경선 과정은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할 대선주자를 뽑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당은 상황이 시급한데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