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1.5 "삼성·SK 투자한 쿡스토브 사업, 온실가스 감축효과 18배 부풀려져"

▲ 플랜1.5는 미국, 유럽 연구진과 공동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추진한 '쿡스토브 온실가스 감축 사업'의 성과가 약 18.3배 과대포장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8년 삼성전자가 시행한 쿡스토브 보급 사업에 활용된 신형 조리기기.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한 조리기기 활용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의 성과가 과대포장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기후단체 플랜1.5는 21일 미국 버클리대 연구팀, 유럽 싱크탱크 카본마켓워치와 공동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쿡스토브 사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약 18.3배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쿡스토브 사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재리식 저효율 조리기기를 고효율 기기로 교체하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바이오매스 연료를 사용할 뿐 아니라 매연 발생을 줄여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기술로 분류돼 많은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성공 사례로 홍보돼 왔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케냐 빈민촌 가구에 저탄소 쿡스토브 2만 대를 보급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숯 대비 열효율을 6배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라며 "다양한 빈곤국 지원사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핵임을 다하겠다"고 홍보했다.

SK그룹은 한국전력공사, 삼표시멘트, 남동발전, 기후변화센터 등과 함께 미얀마 쿡스토브 보급 사업을 진행했다. 기후변화센터는 "고효율 쿡스토브는 열효율을 높여 나무땔감 사용량을 줄여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쿡스토브 사업을 통해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은 국내에 수입돼 기업들의 배출권거래제 규제 이행에 적극적으로 활용돼 왔다. 

환경부 상쇄등록부시스템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 진행된 감축사업 전체 546건 가운데 쿡스토브 사업은 516건으로 95%에 달했다. 등록된 감축량도 1억2300만 톤 가운데 9800만 톤으로 약 80%에 달했다.

쿡스토브 사업의 실제 감축효과가 의심된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쿡스토브 사업에서 발생한 감축 실적은 실제 감축효과보다 10배 이상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플랜1.5는 이번에 해당 논문 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바바라 하야 연구팀과 카본마켓워치 연구팀과 함께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쿡스토브 사업의 유효성을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는 한국 기업들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 공개된 기초 데이터를 활용했다.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21개 사업에 포함된 310개 프로젝트 활동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SK, 동서발전 등이 투자한 쿡스토브 사업들에서 발생한 실제 감축량은 약 53만1979톤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업들을 통해 발행된 감축 실적은 약 974만302톤으로 약 18.3배에 달한다. 나머지 920만 8323톤은 실제 효과가 없는 불량 배출권에 불과한 셈이다.

플랜1.5는 쿡스토브 사업 감축 실적이 부풀려진 주요 원인이 인위적 벌채로 인한 바이오매스 사용 비중 과대포장, 고효율 기기 보급에도 저효율 기기의 지속 사용, 1인당 음식 소비량 과대 보고 등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이번 분석에서 나타났듯이 쿡스토브 감축 실적은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국내 수입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존에 환경부가 인증한 감축 실적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며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서도 감축 실적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쿡스토브 사업은 배제하고 확실한 감축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