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대중국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따른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와 물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협상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커졌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중국이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현재 최대 145%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대폭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과 중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 무역 협상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만 첸지우 홍콩대 금융학 석좌교수는 SCMP에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에는 큰 발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사실상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다소 우호적 분위기의 협상을 제안한 셈이라는 의미다.
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갈수록 압박을 느끼며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며 “반면 중국의 태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보다 오히려 미국이 무역 협상을 더 서둘러 타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며 처지가 뒤바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가파르게 인상하며 중국 정부를 압박해 왔다.
중국은 곧바로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군사무기 및 핵심 산업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등 방식으로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과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에 사업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실적과 주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진데다 소비자들의 반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수 년째 이어진 가파른 인플레이션 영향을 체감하고 있던 상황에서 중국산 수입품 관세 부담에 따른 물가 상승까지 떠안게 되며 트럼프 정부 정책에 불만을 키우고 있다.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던 미국 자동차 기업이나 전자제품 업체들을 비롯한 제조사들도 원가 상승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며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첸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조급한 상황에 처할수록 중국 정부는 상황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투자기관 내티시스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금융시장 악화와 달러 가치 하락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과 무역 협상이 다급해진 처지”라고 분석했다.
결국 중국이 협상력을 강화하게 된 만큼 향후 미국과 무역 논의에서 트럼프 1기 정부보다 유리한 조건을 앞세워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계열의 조사기관 이코노미인텔리전스유닛도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큰 폭의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과 경제 불안, 트럼프 정부를 향한 여론 악화가 모두 압박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논의를 추진해 왔다”며 “좋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대중국 정책과 관련한 불안감을 감추기 위한 발언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제시됐다.
SCMP는 “트럼프 정부의 불안한 태도는 무역 협상의 주도권을 사실상 중국에 쥐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연이은 관세 전쟁이 이미 경제 전망을 크게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