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SG금융추진단 5차 회의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금융 추진단' 5차 회의 결과를 두고 "지속가능성 공시가 몇 년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번 회의 결과를 분석해 "현재 정부가 지난해 4월에 초안을 내놓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의 최초 의무화 시점을 2029년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연합(EU) 역외기업 공시 의무화 등을 감안하여 투자자 정보 제공 요구가 높은 기업들의 최초 공시 시행 시기를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최근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해 지속가능성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역외기업 공시 의무화 시점을 올해가 아닌 2029년으로 연기했다.
이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사실상 국내 최초 공시 시점으로 2029년을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과 금융자본 조달 능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중대한 오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는 일부 대기업 및 협회의 압력과 논리에 사로잡히지 말고 최초 공시 적용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기업 협회와 일부 대기업들은 제조업 비중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의 특수성을 근거로 지속가능성 공시 조기 의무화는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며 의무 공시기준 완화, 적용 시기 연기, 공시 대상 최소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대기업과 기업 협회들의 이와 같은 주장은 지극히 단기적 관점에서 도출된 논리에 불과하다"며 "현재 발의돼 있는 자본시장법을 조속히 개정해 2027년부터 법정공시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특히 전 세계 주요국의 공시 최초 적용 시점은 2025~2027년에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기업 협회와 대기업들이 공시 의무화 연기의 이유로 들고 있는 높은 수출 의존도 때문에라도 시행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ESG이슈의 선택적 무역장벽화, 이미 구축된 유럽연합의 지속가능경제 인프라, 규제와 별개로 글로벌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에 대한 지속가능성 요구 등 대외적 여건 등이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적용 시점이 2029년부터 시작된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제적인 지속가능 투자 자본으로부터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303조 달러(약 43경 원)에 이르는 국제 지속가능투자, 142조 달러(약 20경 원) 규모의 CDP 서명 금융기관들로부터 우리 기업들이 외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