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진옥동 '리딩금융' 2라운드, KB 신한 올해도 치열한 순이익 경쟁 예고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올해도 리딩금융 경쟁을 벌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치열한 리딩금융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제 곧 결과가 나오는 1분기 성적을 비롯해 올해 전체 순이익에서도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첫 번째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해를 보내는 진옥동 회장의 비은행사업 강화 의지를 볼 때 양종희 회장이 리딩금융 수성을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조5천억 원대와 1조4천억 원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의 추정이 맞다면 KB금융이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신한금융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내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이어가는 것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4일과 25일 각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연말까지 1년 실적 전망을 봐도 KB금융의 우세가 점쳐진다.

증권업계는 2025년 KB금융이 5조 원 중반대, 신한금융이 4조 후반에서 5조 초반대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보며 양 회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변수는 언제나 있다.

과거에도 금융사고에 따른 1회성비용, 자산매각에 따른 1회성이익 등이 더해지며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경쟁 결과를 바꿔놓은 적이 많다.

최근 10년 간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전적을 봐도 6대 4로 어느 한 곳의 우위를 쉽게 예단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미국 상호관세에 따른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해외사업 실적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올해 베트남과 일본, 카자흐스탄 등을 중심으로 해외사업 순이익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금융은 인도네시아 KB뱅크의 흑자 전환을 노린다.

올해가 사실상 진옥동 회장의 첫 임기 마지막 해라는 점도 KB금융이 리딩금융을 쉽사리 안심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진 회장은 2023년 3월 신한금융지주 대표에 올라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양종희 회장과 진옥동 회장의 전임인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을 보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리딩금융을 탈환하거나 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종규 전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9년, 조용병 전 회장은 2017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6년 동안 각각 KB금융과 신한금융을 이끌었다.

윤 전 회장과 조 전 회장은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번 정면승부를 펼쳤는데 결과는 3대3 동점이었다.

윤 전 회장은 2017년과 2020년과 2021년, 조 전 회장은 2018년과 2019년과 2022년 등 각각 3번씩 리딩금융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회장 임기는 3년이다.

윤 전 회장은 2017년과 2020년 리딩금융 타이틀을 바탕으로 2017년 11월과 2020년 11월 각각 연임과 재연임에 성공했다.

조 전 회장 역시 2019년 리딩금융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2022년에는 2023년 3월 연임을 앞두고 3년 만에 리딩금융을 탈환했으나 연말 세대교체 등을 이유로 용퇴를 결정했다.

올해는 양종희 회장과 진옥동 회장이 제대로 실적 경쟁을 벌이는 2번째 해로 평가된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 진 회장은 2023년 3월 각각 회장에 취임했다. 첫 번째 진검승부로 여겨졌던 지난해 대결에서는 양 회장이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 원 시대를 열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리딩금융 경쟁은 두 금융그룹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리딩금융이 되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로 여겨져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양종희 진옥동 '리딩금융' 2라운드, KB 신한 올해도 치열한 순이익 경쟁 예고

▲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오른쪽부터) 양종희 회장, 진옥동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진 회장은 리딩금융 탈환을 위해 비은행사업이 중요하다고 보고 올해 카드, 보험, 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사업 강화에 적극 힘을 주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신한은행이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며 6년 만에 리딩뱅크를 되찾았는데도 비은행사업에 밀려 리딩뱅크 탈환에 실패했다.

진 회장은 비은행사업 강화를 위해 실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난 주 인천에서 열린 신한라이프 2025 영업대상에 깜짝 방문해 보험설계사들을 격려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분발을 당부하기도 했다.

신한금융 주주들 사이에서도 비은행사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 중 한 명은 발언 기회를 얻어 “예전에는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40%가 넘어 지주사가 리딩금융으로 되는 데 큰 힘이 됐지만 지난해는 그러지 못했다”며 “최고의 금융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비은행 계열사의 분발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이에 “좋은 말씀 감사하다”며 “비은행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신한금융이 은행과 비은행사업 양 날개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한금융은 2025년 기준금리 인하에도 비이자이익 확대와 비용 효율화 증대 노력 가시화,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 따른 양호한 수익성 시현이 기대된다”며 신한금융을 은행주 최선호주로 꼽았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