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비대면채널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KB국민은행은 최근 퇴직연금 조직과 서비스, 양쪽에서 수익률 중심 개편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행장이 취임사에서부터 강조한 사업의 재정의, 재설계를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 전략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21일 KB국민은행 공고에 따르면 회사는 30일까지 ‘KB 퇴직연금 비대면채널 혁신추진을 위한 정보제공요청서’를 접수한다.
이번 공고의 핵심 내용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초개인화 연금 수익률 관리시스템 구축과 인공지능(AI) 연금비서 등 생성형 인공지능 바탕의 고객관리 서비스 개발 등 사업과 기술 제안이다.
은행 모바일앱인 ‘KB스타뱅킹’의 퇴직연금 서비스 화면과 기능 개편 관련 제안도 받는다. 퇴직연금 신규 고객의 가입 과정을 간소화하고 상품 조회와 운용까지 이용과정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한 마디로 디지털전환, 인공지능 시대 시장 변화와 고객 수요에 맞게 퇴직연금 상품과 서비스를 뜯어고치기 위한 시장조사에 나선 것이다.
국민은행은 앞서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퇴직연금 비대면채널 콘텐츠 개발에 협업할 스타트업 모집에 나섰다. 시장 조사와 병행해 이미 서비스 개발 투자와 실행 단계도 추진하고 있다.
이 행장은 올해 초 취임과 함께 연금사업 조직도 개편했다.
과거 별도조직으로 있던 연금사업본부를 자산관리고객그룹 아래로 배치하고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협의체’를 신설했다. 협의체는 연금사업본부장이 진두지휘하며 퇴직연금 상품, 고객·수익률 관리, 제도와 은퇴노후, 마케팅 등 분야로 구성해 수익률 제고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국민은행의 인공지능 연금비서, 비대면채널 강화부터 퇴직연금 조직과 시스템 개발 방향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이 행장이 퇴직연금사업을 ‘수익률 경쟁’ 시장으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KB국민은행이 추진하는 퇴직연금 디지털 프라이빗뱅커(PB), 초개인화 서비스는 각 고객의 적립금과 투자성향, 연령 등 분석을 통해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바일앱을 통한 연금상품 운용 편의성 강화도 같은 맥락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상품 조회와 변경이 쉬워지면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에 투자하고 있는 고객의 비보장형 상품 이동을 통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수익률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국내 퇴직연금시장 강자인 은행권에서도 선두에 속하는 사업자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025년 1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42조7628억 원으로 신한은행(46조3925억 원)에 이어 2위다.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과 비교해 수익률 성과에 민감한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은 각각 14조2375억 원, 16조6594억 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DC형(13조5885억 원) IRP(16조5434억 원)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국민은행에 밀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IRP형 원리금비보장 상품 최근 1년 수익률이 은행권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가장 높기도 하다.
다만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사업자들의 ‘밥그릇’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KB국민은행은 2025년 1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42조7628억 원 규모로 집계된다. 신한은행에 이어 국내 2위 사업자다.
국민은행도 적립금 규모에서 3위 하나은행(41조2444억 원)과 격차가 크지 않고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DB형 상품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최근 1년 수익률은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증권사, 보험사 등 다른 업권 퇴직연금 사업자와 경쟁도 만만찮다. 특히 증권사들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퇴직연금 상품 거래 편의성과 수익률을 앞세워 적립금 규모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정부도 국내 퇴직연금 투자 활성화를 위해 현물이전 제도 도입, 수익률 공시 등으로 업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또 앞으로 퇴직연금시장은 적립유형도 DB형, DC형 중심에서 개인의 적극적 운용이 개입되는 IRP형 적립금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행장이 취임사에서 말한 대로 퇴직연금시장은 ‘비즈니스의 판’이 바뀌고 있다.
이 행장은 “요즘은 손끝 하나로 금융회사를 힘들이지 않고 갈아탈 수 있는 시대”라며 “KB국민은행이 잘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자만이 되는 순간 우리는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자본관리, 리테일, 기업금융, 디지털 등 각 사업분야에서 목적과 수단을 재정의하고 재설계해 절박한 혁신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도 올해 '혁신'과 '성장' 두 개 키워드로 조직과 사업체질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는 경영전략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인공지능 상담사, 초개인화 솔루션으로 고객 퇴직연금 수익률 관리 서비스를 차별화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2분기 안에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