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아메리카로 수출을 앞둔 BYD 전기차가 8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 타이창 항구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전기차 산업은 배터리를 비롯한 공급망 지배력을 갖춰 미국 업체도 중국산 부품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 장벽을 높이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16일(현지시각)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중국 수입관세 정책이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 ‘골든타임’을 놓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폭탄 관세 부과는 그동안 전기차 공급망에 투자해 온 미국 내 자동차 제조사의 사업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투자 기조를 보수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GM은 11일부터 캐나다에 운영하는 공장에서 전기상용차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테슬라 또한 관세로 중국산 부품 수입에 차질을 빚어 텍사스와 네바다주 공장에 무인 전기차 및 전기트럭 생산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제조 기업에 제공했던 재정 지원을 철회하고 화석연료 활성화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이 전 세계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는 동안 트럼프 정부 아래 미국 전기차 업체는 발이 묶인 모양새다.
애초 미국은 전임 바이든 정부 시절 전기차 산업 육성 및 생산 설비 유치에 의욕적으로 공을 들였다.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내 전기차 누적 투자가 1310억 달러(약 185조82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기차 조립 공장에 380억 달러, 배터리 생산 공장에 93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관세 변수로 전기차 기업뿐 아니라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K-배터리 업체까지 성장에 들여야 할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25% 자동차 관세 정책 강행 탓에 미국 내 완성차 업계는 보수적 경영기조로 돌아설 수밖에 없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자 논평 기사를 통해 “트럼프는 BYD가 테슬라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3월1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개인 비용으로 구매한 테슬라 모델S 시승 행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닛케이아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를 통해 미국이 중국 전기차를 얼마나 경계하는지 엿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전기차 업계는 중국산 공급망에서 탈피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중국이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희토류 및 희귀광물 소재에 수출통제를 시작하거나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TD뱅크 소속 앤드류 포란 분석가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미국도 중국 공급망에서 벗어나려 시도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트럼프의 무리한 대중 견제 정책이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중국에 완전히 내주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는 향후 스마트카, 자율주행 등 첨단 자동차 및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내부 부품 수가 적어 관련 기술 장치를 장착하기 용이하고 반응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화석연료 차량 활성화 정책은 중국의 전기차 발전을 자극해 시장 주도권을 내주는 역효과만 낼 공산이 크다.
실제로 조사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분기에도 홀로 30%대의 성장을 기록하며 미국과 유럽을 웃도는 산업 경쟁력을 보였다.
이러한 정책 모순으로 인한 미국 전기차 산업의 타격은 중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극단적인 관세 및 공급망 차단이 미국 내 전기차 기업을 얽매는 가운데 중국 경쟁사가 세계 시장에 대규모 진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시장과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현대차와 한국 배터리 3사 역시 불안정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혁재 LG에너지솔루션 북미지역총괄 겸 부사장은 악시오스를 통해 “배터리 소재 생산에는 많은 물과 에너지 등이 필요하다”며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