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미국 정부에 협상카드 확보" 분석 나와,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중요

▲ 한국 정부가 미국 트럼프 정부와 외교 및 무역 논의에 활용할 협상카드를 쥐고 있으며 대선 이후까지 전략을 검토할 시간도 확보하고 있다는 미국 씽크탱크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가 향후 미국 트럼프 정부와 무역 및 외교 협상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이지 않을 수 있다는 씽크탱크 분석이 나왔다.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이 미국의 중국 의존 탈출에 필수로 꼽히는데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철저히 대비할 시간도 벌었기 때문이다.

미국 씽크탱크 카네기재단은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강경한 외교 정책을 앞세워 복귀하며 한국은 미국과 동맹에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카네기재단은 특히 한국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맞이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위기 대응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가운데 양당이 모두 트럼프 정부 정책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도 불안요소로 꼽혔다.

카네기재단은 결국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더 이상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지켜야 하는 과제를 맞이하게 됐다고 바라봤다.

이는 경제 측면과 국가 안보 측면의 두 가지 위기로 분류됐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수출 중심의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며 한국을 배제할 가능성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카네기재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소통한다면 한국이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의 국방에 기여할 이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하지만 카네기재단은 한국이 미국 정부와 협상에 불리한 점만 안고 있지는 않다고 바라봤다.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이 미국 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협상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네기재단은 “한국의 주요 산업 기술은 미국이 중국 공급망에 의존을 낮추고 중장기 경제 안보 강화를 추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바라봤다.

한국의 지리학적 위치도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지역 중심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트럼프 정부의 목표에 한국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한국 정부가 향후 무역 및 외교 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카네기재단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한국 정부의 리더십 공백도 오히려 시간을 버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한국이 미국과 곧바로 대화에 나서기보다 이번 대선으로 출범하는 새 정부의 전략을 반영한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조율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카네기재단은 “한국은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도 조심스럽게 리스크를 피하고 전략적으로 투자하며 미국과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