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공지능(AI) 칩 제조에 따른 2030년까지 전력량 예측치를 나타낸 그래프. 현 추세를 고려하면 2030년 AI칩 제조 전력 소비량은 최대 3만7238기가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린피스>
그린피스는 10일 '인공지능 시대의 그림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어 "AI칩 수요가 커지면서 2030년 반도체 산업 탄소 배출량이 기존에 예측됐던 것보다 최대 1680만 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시장 점유율과 제조 능력을 결합해 각 모델의 생산량을 추정하고 생산량을 기준으로 제조에 필요한 전력량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AI칩 제조로 인한 글로벌 전력 소비량은 2023년 218기가와트시에서 2024년 984기가와트시로 3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2030년까지 AI칩 제조를 위한 전력 수요는 약 170배 증가해 최대 3만 7238기가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AI칩을 생산하는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제조사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약 98%를 동아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동아시아 지역 전력망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동아시아 국가별 전력망 화석연료 의존도는 대만이 83.1%, 일본이 68.6%, 한국이 58.5%로 파악됐다.
이에 그린피스는 각 지역별 탄소집약도를 AI 반도체 제조 전력 소비량에 적용한 결과 AI칩 수요 증가로 인해 2030년 반도체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168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 추이만 봐도 급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의 AI 반도체 제조용 전력 소비량은 2023년 134기가와트시에서 2024년 315기가와트시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이에 따른 탄소 배출량도 5만8000톤에서 13만5900톤으로 늘었다.
카트린 우 그린피스 동아시아 공급망 프로젝트 책임자는 "엔비디아, AMD 같은 팹리스 기업은 AI산업 성장으로 막대한 돈을 쓸어담고 있지만 동아시아에 위치한 자사의 공급망이 야기하는 기후 영향에는 무관심하다"며 "AI 반도체 제조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한 신규 발전 용량 증대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