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한국투자금융은 프로야구처럼 능력 따라, 김남구 아버지에게 배운 인재 욕심과 보상](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05204633_89086.jpg)
▲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인수합병과 인재경영을 무기로 한국투자금융그룹을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육성한다. <그래픽 씨저널>
그룹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기업의 인수 합병(M&A)을 공격적으로 진행한다.
인재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대외 활동이 많지 않은데도 대학 채용설명회에는 반드시 참석해 강연을 진행한다.
대한민국 국내 증권업계에서 1위를 기록한 지금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 공격적인 인수 합병으로 성장 이끌어
김남구 회장은 최근 보험사 인수를 공식화하며 증권회사 중심의 금융지주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종합금융그룹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김 회장은 3월28일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보험사 인수 관련 질문을 받자 “여러 검토 사항 가운데 하나”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험은 처음이라 검토할 것이 많다”며 “(인수 작업을) 빨리 하면 좋겠지만 오래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회사로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을 보유하고 있다. 보험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보험사 인수가 필요하단 이야기가 나왔다.
김 회장이 손해보험사보다 생명보험사를 위주로 매물을 찾아보고 있는 것은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따진 것으로 풀이된다. 생명보험은 손해보험과 비교해 만기가 길고 금액이 커 투자 및 자산운용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와의 시너지 창출이 쉽다.
김 회장은 동원그룹과 계열 분리한 2004년부터 인수 합병을 통해 그룹을 키워왔다.
김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성공시킨 대표적인 인수합병 사례로는 동원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던 시절 진행된 ‘한국투자증권 인수’가 꼽힌다.
김 회장이 동원그룹의 금융계열사를 물려받았을 때만 해도 동원증권은 업계 7~8위권의 중형 증권사에 불과했다.
동원증권이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이 만들어 놓은 3강 체제를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다. 그런 김 회장의 눈에 한국투자증권이 들어왔다.
한국투자증권은 1974년 8월 5개 시중은행과 27개 증권사가 출자한 국내 최초 투자신탁 전업사인 ‘한국투자신탁’을 전신으로 하는 기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한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1999년에는 대우사태가 추가로 터지며 부실 규모가 커졌다. 정부가 한국투자증권을 살리기 위해 공적 조달한 금액은 약 6조555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2004년 한국투자증권의 매각을 결정한 뒤 국내외 금융기관에 인수의향서를 발송하며 본격적인 매매 절차에 돌입했다.
김 회장은 동원증권보다 덩치가 큰 한국투자증권 인수야말로 동원금융지주의 운명을 가르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국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5412억 원을 투자하겠단 결정을 내렸다. 동원증권 경영진에 더해 아버지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김 회장의 뜻을 꺾지 못했다.
김 회장의 한국투자증권 인수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김 회장은 한국투자증권 인수 뒤 아예 그룹명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바꿨다. 5412억 원을 들여 사들인 회사는 매년 1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는 증권 업계 1위 회사로 자리 잡았다.
김남구 회장은 한국투자증권 인수 합병 이후에도 중요한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 합병 출사표를 던지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종적으로 실패하기는 했으나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왔을 때 메가IB(기업금융) 탄생이라는 청사진을 그리며 인수에 도전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은행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씨저널] 한국투자금융은 프로야구처럼 능력 따라, 김남구 아버지에게 배운 인재 욕심과 보상](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05204704_55409.jpg)
▲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2016년 9월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인재를 육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김남구 회장도 그 뜻을 이어받아 한국투자증권에 인재 중심의 성과주의 문화를 뿌리내렸다.
김 회장은 동원증권 시절이던 2003년부터 대학 채용설명회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개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대학을 직접 방문해 학생들을 만났다.
김 회장은 2024년 9월에는 모교인 고려대학교를 방문해 “국내 금융업이 이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때가 됐다”며 “우리와 함꼐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할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한국투자증권 직원을 뽑을 때마다 최종면접 면접관을 맡아 직접 신입직원을 뽑는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김 회장은 뛰어난 성과를 거둔 직원을 향한 경제적 보상도 확실하게 챙겨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정란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차장은 2024년도 보수로 21억9488만 원을 받았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보수총액 11억9471만 원보다 83.7% 많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정란 차장의 성과급이 20억7412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급여 1억1092만 원, 복리후생비 983만 원이었다.
김 회장은 2024년 9월12일 열린 고려대 채용설명회에서 “한국투자증권은 프로야구 선수처럼 능력과 업적에 따라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는 곳”이라며 “우리 회사는 위로 올라갈수록 힘든데 그만큼 경제적 보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인재 중용 원칙은 김재철 명예회장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김 명예회장은 1980년대 후반 증권업계 최초로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금융권 최초의 스톡옵션제를 실시한 것도 김 명예회장이다.
김 명예회장이 뛰어난 성과를 낸 인재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두둑이 안겨주는 시스템을 갖춘 것은 원양어선 선장을 지내던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김 명예회장은 원시적인 수산업 현장에서 성과에 따라 더 많은 보상을 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원양어선을 타며 참치 획득량에 따라 돈을 더 줘야 어부들이 더욱 열심히 참치를 잡는다는 이치를 배웠다.
김 명예회장은 2019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진행한 특강에서 “선원은 고기를 많이 잡으면 돈을 많이 벌고 적게 잡으면 적게 법니다”며 “이걸 우리 증권회사에도 적용했더니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일하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잘되는 건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우수한 사람들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김 명예회장은 동원산업을 창업한 10년 뒤인 1979년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동원육영재단은 현재까지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장학금을 모두 합치면 약 600억 원에 이른다.
2020년에는 인공지능(AI) 교육 및 연구 인프라 강화를 위해 카이스트(KAIST)에 500억 원을 기부했다. 김 명예회장은 2024년 44억 원을 추가로 기부하며 카이스트의 AI 연구 수준을 세계 5위에서 1위 수준으로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카이스트는 김 명예회장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지하 1층~지상 8층, 연면적 1만8182㎡ 규모의 AI 교육연구동을 건설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교육연구동이 2028년 2월 완공되면 교수 50명, 학생 1천 명이 상주하며 인공지능 관련 교육 및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김 명예회장은 “젊은 시절엔 세계의 푸른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았지만 AI 시대에는 데이터의 바다에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데이터 대항해시대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글로벌 핵심 인재를 양성해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기부의 취지를 밝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