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산 선박과 중국 해운선사를 겨냥해 발표한 입항 규제 강도가 당초보다 다소 완화되면서 국내 해운 업계 반사수혜는 다소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국내 조선 업계는 세계 선주들의 중국 조선소 대신 한국 조선소에 건조를 맡기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강한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최근 중국산 선박 입항수수료 부과 발표에 따라 국내 해운선사들과 조선사들의 수혜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현지시각 지난 17일 제재안에 따라 오는 10월14일부터 미국 내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수수료는 선종마다 차이가 있는데, 컨테이너운반선의 경우 톤당 18달러 또는 컨테이너 1박스당 120달러를 계산해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 매년 수수료를 인상해 2028년엔 톤당 33달러, 컨테이너 1개당 250달러를 부과한다.
이같은 입항 수수료 부과안을 놓고 업계에선 지난 2월 발표한 중국산 선박 입항 규제 초안에 비해 해운사들의 입항료 부담이 적어졌다는 평가를 지배적으로 내놓고 있다.
당초 초안에는 해운 선사별로 중국산 선박 선대가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확정안에선 이 내용이 빠졌다.
이에 따라 중국 외 국가의 해운 선사들이 중국산 선박을 미국 외 다른 항로로 돌리는 방식으로, 미국 입항 수수료를 회피할 수 있어 입항세 부과에 따른 운임상승 효과가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의 해운·조선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미국의 입항수수료 확정안에 따라 해운업계가 내야할 입항료 부담이 연간 120억~18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월 초안 발표 당시 연간 400억~520억 달러보다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적용 대상 중국 선박 비중도 전체 선대의 43%에서 9%로 낮아졌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중국 선주·선사들은 오는 10월부터 미국 항로 이용 시 수수료 약 280만 달러,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중국 외 국적 선사는 100만 달러가 부과된다”며 “현재 운임과 제재 대상 선박의 미국 입항 건수를 고려하면 상하이~미주 항로 운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며, 입항 수수료를 해운 운임에 사실상 거의 전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미국의 조치가 국내 컨테이너 해운선사인 HMM과 벌크선사인 팬오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크게 하락한 용선료에 미치는 영향이 일부 있겠지만, 차량당 150달러의 입항수수료가 절대적 비용 측면에서 낮아 물동량 관점에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약해진 제재 수위에도 국내 조선업계 반사수혜는 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으로 나온다.
지금 주문하면 빨라야 2028년 선박을 인도받게 되는데, 해운사들이 2028년에 내야할 미국 입항 수수료를 감안하면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보다 한국에 발주하는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미국 입항 제재가 확정되면서 관망세였던 세계 선박 건조 발주가 다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미국 규제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광식 다올투자 증권 연구원은 “(선주·선사들은) 이제 계산이 끝났고, 각 투자주체들은 이에 맞춰 미뤘던 신조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 조선사의 시장점유율(M/S) 상승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해운 선사들의 발주 동향을 분석하면, 미국의 제재 결정 후 중국 조선사 발주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
액손모빌은 중국에 발주하려던 LNG급유선(LNG벙커링선) 2척 발주를 보류했고, 그리스의 마리나키스(캐피탈그룹)도 HD현대삼호·HD현대미포에 컨테이너선 총 20척 발주를 협의 중이다. 대만의 양밍의 컨테이너선 10척 발주는 중국 조선소들이 제외된 채 한국·일본·대만 조선사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앞서 1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프랑스 선사 CMA CGM으로부터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했고, 한화오션도 대만선사 에버그린으로부터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선 미국의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수수료 부과 조치가 향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운임과 물류비 증가 등으로 미국 내 경제 주체가 감수해야 할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중국 해양 산업에 실질적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미국만 고통을 감수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입항 제재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재희 기자
이에 비해 국내 조선 업계는 세계 선주들의 중국 조선소 대신 한국 조선소에 건조를 맡기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강한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현지시각 1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0월14일부터 자국 내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입항수수료 부과 제재를 확정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미주 서안 최대 항구 롱비치항 전경. <롱비치항>
2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최근 중국산 선박 입항수수료 부과 발표에 따라 국내 해운선사들과 조선사들의 수혜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현지시각 지난 17일 제재안에 따라 오는 10월14일부터 미국 내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수수료는 선종마다 차이가 있는데, 컨테이너운반선의 경우 톤당 18달러 또는 컨테이너 1박스당 120달러를 계산해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 매년 수수료를 인상해 2028년엔 톤당 33달러, 컨테이너 1개당 250달러를 부과한다.
이같은 입항 수수료 부과안을 놓고 업계에선 지난 2월 발표한 중국산 선박 입항 규제 초안에 비해 해운사들의 입항료 부담이 적어졌다는 평가를 지배적으로 내놓고 있다.
당초 초안에는 해운 선사별로 중국산 선박 선대가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확정안에선 이 내용이 빠졌다.
이에 따라 중국 외 국가의 해운 선사들이 중국산 선박을 미국 외 다른 항로로 돌리는 방식으로, 미국 입항 수수료를 회피할 수 있어 입항세 부과에 따른 운임상승 효과가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의 해운·조선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미국의 입항수수료 확정안에 따라 해운업계가 내야할 입항료 부담이 연간 120억~18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월 초안 발표 당시 연간 400억~520억 달러보다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적용 대상 중국 선박 비중도 전체 선대의 43%에서 9%로 낮아졌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중국 선주·선사들은 오는 10월부터 미국 항로 이용 시 수수료 약 280만 달러,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중국 외 국적 선사는 100만 달러가 부과된다”며 “현재 운임과 제재 대상 선박의 미국 입항 건수를 고려하면 상하이~미주 항로 운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며, 입항 수수료를 해운 운임에 사실상 거의 전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미국의 조치가 국내 컨테이너 해운선사인 HMM과 벌크선사인 팬오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크게 하락한 용선료에 미치는 영향이 일부 있겠지만, 차량당 150달러의 입항수수료가 절대적 비용 측면에서 낮아 물동량 관점에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약해진 제재 수위에도 국내 조선업계 반사수혜는 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으로 나온다.
지금 주문하면 빨라야 2028년 선박을 인도받게 되는데, 해운사들이 2028년에 내야할 미국 입항 수수료를 감안하면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보다 한국에 발주하는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선박이 미국 내 항구에 들어올 때마다 입항 수수료를 부과키로 함에 중국 조선소 대신 한국 조선업계에 발주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중국 최대 민영 조선소인 양쯔장조선소 전경. <양쯔장조선>
미국 입항 제재가 확정되면서 관망세였던 세계 선박 건조 발주가 다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미국 규제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광식 다올투자 증권 연구원은 “(선주·선사들은) 이제 계산이 끝났고, 각 투자주체들은 이에 맞춰 미뤘던 신조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 조선사의 시장점유율(M/S) 상승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해운 선사들의 발주 동향을 분석하면, 미국의 제재 결정 후 중국 조선사 발주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
액손모빌은 중국에 발주하려던 LNG급유선(LNG벙커링선) 2척 발주를 보류했고, 그리스의 마리나키스(캐피탈그룹)도 HD현대삼호·HD현대미포에 컨테이너선 총 20척 발주를 협의 중이다. 대만의 양밍의 컨테이너선 10척 발주는 중국 조선소들이 제외된 채 한국·일본·대만 조선사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앞서 1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프랑스 선사 CMA CGM으로부터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했고, 한화오션도 대만선사 에버그린으로부터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선 미국의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수수료 부과 조치가 향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운임과 물류비 증가 등으로 미국 내 경제 주체가 감수해야 할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중국 해양 산업에 실질적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미국만 고통을 감수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입항 제재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