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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선진국과 기술력 차이를 좁힐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024년 11월 열린 넥스트100포럼 개회사에서 한 말이다.
![[이제는 경제다] 강석훈 산업은행 '골든타임', 100조 첨단전략사업 지원 프로그램 역할 무겁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4165954_77483.jpg)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미국의 관세정책 등 글로벌 경제통상 환경 불확실성을 맞아 첨단전략산업 정책금융 집행 등 역할이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골든타임(Golden Time)’은 원래 사고나 응급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결정적 시간을 말하는 의학용어다. 정치·경제분야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강 회장은 국내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두고 여러 차례 골든타임을 강조해왔다. 글로벌 산업격변기를 맞아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전략적 지원의 적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국내외 상황이 더욱 긴박해졌다.
미국의 관세조치 등 글로벌 경제·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산업은행이 한국 대표 정책금융기관 역할에 진짜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주요산업분야 많은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100조 원 규모 첨단전략사업 지원 ‘리바운드’ 프로그램 운영에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회 안팎에 따르면 정부가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추진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50조 원 조성이 늦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을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간사가 3월27일 함께 대표발의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은 아직 소위원회 일정 등이 미정인 상태다. 4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로 국내 정치권이 조기대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선거가 끝나야 상임위원회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기대선이 6월인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가 돼야 협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기금 조성과 집행 등 다음 단계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정무위 여야 간사 의원실 관계자는 모두 “현재로서는 상임위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며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금융위원회가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과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에 관한 국가정부보증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금 설치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강 회장이 올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100조 원 규모 첨단전략산업 지원 프로그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앞서 2024년 6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에 3년 동안 100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의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5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별도의 프로그램이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해 반도체분야에 정책자금을 추가로 배분하고 인공지능, 바이오 등 전략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은행은 그 뒤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2025년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시장안정에 모든 역량을 ‘올인(All-in)’ 하겠다는 경영목표를 의결했다. 국내외 경제상황과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대응해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 유동성 공급 등 자금지원 역할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제는 경제다] 강석훈 산업은행 '골든타임', 100조 첨단전략사업 지원 프로그램 역할 무겁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4170253_47717.jpg)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에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했지만 자국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보호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어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프로그램 시행 첫 해인 올해에만 약 30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첨단전략산업기금 50조 원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산업은행은 1월 반도체산업 선제적 지원을 위해 국고채 금리 수준의 설비투자지원 특별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어 3월부터는 인공지능,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산업분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자금을 지원하는 핵심산업 설비투자지원 특별자금 상품도 19조 원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산업은행 첨단전략산업 지원 프로그램은 첨단전략산업기금 출시까지 정책금융 공백을 채우면서 글로벌 산업환경 변화 속에서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현재 임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정책금융 수장으로 리더십이 중요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는 셈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포함 세계 주요 국가에 고율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90일 유예하면서 시장이 한 숨을 돌렸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정책에 따른 경기심리와 금융환경 변화는 지속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관세를 유예했지만 중국의 높은 보복관세 부과로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오히려 상승하면서 1900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효관세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장벽이 높아진다는 뜻으로 한국 기업과 경제 전반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완제품에 높은 관세가 적용되면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게 된다. 또 미국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압력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기술산업 글로벌 패권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첨단전략산업은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 13일 “국가 안보 관련 관세조사에서 반도체와 전체 전자 공급망을 살펴보겠다”고 밝히면서 상호관세와 별개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통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글로벌 관세전쟁 대응책의 핵심인 첨단전략산업 지원의 밑바탕을 잘 그리는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은 임기 마지막해를 맞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5년 한국 경제는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더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행은 한국 첨단전략산업 지원의 앵커 역할을 수행해 국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끄는 첨병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