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LX그룹 '1등 DNA'와 '반도체' 갈 길 멀다, 구본준 삼성맨에게 LX세미콘 맡길 정도로 강한 열망](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5145336_70527.jpg)
▲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정은 무척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 씨저널>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2021년 LX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할 당시 했던 말이다.
LX그룹은 LX홀딩스를 중심으로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MMA 등 5개의 주요 자회사를 거느리며 빠르게 성장하며 어느덧 출범 5년차를 맞이했다.
출범 당시 '1등 DNA'를 그룹 전체에 심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는 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LX세미콘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반도체를 향한 구 회장의 꿈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LX세미콘은 2022년 국내 팹리스 기업 최초로 연매출 2조 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며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LX세미콘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황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시장의 경쟁 심화, 고객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LX그룹 반도체 사업 이끄는 LX세미콘, 'DDI' 외에는 길이 없나?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의 각 화소에 적절한 전압을 공급하여 색과 밝기를 조절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주력으로 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매출의 약 90%가 DDI에서 발생할 정도로 DDI 의존도가 매우 높다.
주요 고객사는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유력 패널 제조업체로 이 고객사의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에 따라 LX세미콘의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를 띄고 있다.
문제는 DDI 시장의 성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DDI 시장 규모는 2023년 95억 달러에서 2030년 75억 달러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레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DDI 분야에서 중국업체의 저가공세가 거세지고 DDI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더욱이 LX세미콘의 주력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가 원가 절감을 위해 아이폰 OLED용 DDI 공급망을 대만 노바텍으로 이원화하면서 LX세미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글로벌 DDI 2위 기업인 노바텍은 2024년 LG디스플레이에 DDI 공급을 시작하면서 LX세미콘과 경쟁하고 있다.
노바텍은 가격을 무기로 LX세미콘의 공급물량을 가져갔으며 LX세미콘의 LG디스플레이 내부 점유율은 45%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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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태 LX세미콘 대표이사 사장은 LX세미콘의 미래먹거리를 발굴해 재도약시킬 과제를 안았다. <그래픽 씨저널>
LX세미콘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차세대 전력반도체, 전기자동차 등에 활용되는 방열기판 등 신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이 강조한 1등 DNA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의 새로운 방향설정을 향한 의지는 2023년 말 인사에서 실리콘웍스 시절부터 함께 했던 손보익 사장을 대신해 ‘삼성맨’ 출신 이윤태 사장을 영입하는 데에서도 드러났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문 등을 거친 전통적 삼성맨으로 삼성전기 대표 시절 전장사업을 주도적으로 육성해 체질개선을 한 인물이다.
구 회장은 그동안 LG그룹에서 성장한 임원들을 중심으로 LX그룹을 이끌어왔지만 이례적으로 외부인재인 이 대표를 영입하면서 변화를 꾀했던 것이다.
LX세미콘이 새롭게 밀고 있는 방열기판은 전력 소자의 열을 밖으로 확산하기 위해 높은 열 전도성을 갖는 기판이다.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LX세미콘은 2021년 일본 방열소재 업체 FJ머티리얼즈의 지분을 인수하며 차량용 방열기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바 있다.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로서 제조업 기반이 없었지만 2022년에는 경기 시흥에 방열기판 생산 공장을 완공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차량용 전력반도체 역시 LX세미콘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LX세미콘은 전력 반도체 설계기술 개발을 통해 가전제품, 스마트 기기,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LX세미콘은 DDI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본준 회장은 올해 3월 열린 LX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변화의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만큼 LX세미콘의 변화 여부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2025년은 국내 정세의 불확실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각종 리스크가 산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금리 및 환율의 급변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LX는 위기 대응체제를 고도화해 사업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반도체를 향한 구본준의 꿈
구본준 회장의 반도체 산업 분야를 향한 포부는 깊고도 넓다.
구 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임원과 최고경영자(CEO_를 두루 거치면서 반도체와 얽혀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반도체를 향한 그의 집념은 도드라졌다.
구 회장은 1998년 12월 LG반도체 사장으로서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현대·LG 반도체 통합'이 현대전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 경영컨설팅기업 ADL의 보고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외환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대기업들의 중복 사업군을 통합하는 ‘빅딜’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었으며, ADL은 반도체 사업의 주체로 LG보다는 현대전자가 적합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구 회장은 “ADL은 왜곡된 자료를 사용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했으며, 편파적인 평가와 부정확한 자료 작성을 통해 LG반도체에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며 "ADL의 평가는 공정성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따라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1999년 5월 현대전자는 LG반도체 지분 59%를 약 2조59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구본준 회장이 일찍이 반도체를 LG그룹 전체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꿈은 무산됐던 것이다.
구 회장은 LG반도체에서 접었던 꿈을 2021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면서 LX세미콘을 통해 다시 이루려 노력해왔다. 당시 LX그룹 집무실 외에 LX세미콘에도 사무실을 연 것에서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구 회장의 반도체를 향한 꿈이 LX세미콘의 재도약으로 다시 빛을 볼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