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D현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 설립하고 있는 IMI조선소가 최근 잇달아 선박 건조 수주에 성공하면서, 정기선 회장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사우디 조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
HD현대그룹이 사우디 현지 기업들과 합작해 건설 중인 IMI 조선소가 잇달아 대형 선박 건조 일감을 따내면서, 지연됐던 조선소 가동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HD현대그룹은 사우디의 국가발전 전략인 '비전 2030'에 맞춰 2017년부터 조선소 운영과 선박 설계 기술을 이전하고,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현지 합작 조선소 사업을 추진해왔다.
정 회장은 합작 IMI 조선소가 본격 가동함에 따라 사우디와의 조선사업 협력 범위를 기존 상선과 선박용 엔진에서 군함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정 회장은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3조 원 규모의 차기 호위함 5척 건조 사업 수주를 정조준하고 있다.
27일 조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HD현대그룹이 참여한 사우디 합작 조선소 IMI(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가 최근 상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신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IMI는 2017년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국영 해운사 바흐리, HD한국조선해양, 람프렐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아람코가 지분 40%, 나머지 3개 기업이 각각 20%를 보유하고 있다.
IMI는 지난 25일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와 4억51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3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바흐리로부터 약 2억300만 달러 규모의 울트라맥스급 건화물선 6척을 수주하는 등 자체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IMI는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UAE) 해양플랜트 기업 람프렐과 원유 생산 플랫폼 및 하부구조물인 재킷 등을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건조 계약이 잇따르면서 그동안 완전 가동 시기가 늦춰졌던 IMI조선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IMI조선소는 사우디 동부 라스알카이르의 킹살만 조선해양산업단지에 있다. 완전 가동에 들어가면 연간 40척 이상의 선박과 해양 시추설비 6기를 건조할 수 있고, 연간 선박 250척과 시추설비 15기를 유지·보수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당초 2021년 완전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각종 대외 변수 등으로 가동 일정이 여러 차례 지연됐다. 현재는 2026년 말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는 IMI조선소에 선박 설계와 조선소 건설·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선박 기자재 현지 공급망 조성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해 수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사우디 현지 생산기반 구축을 지원하면서 설계 기술만을 제공함으로써 직접 생산하지 않고도 라이선스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소뿐 아니라 선박용 엔진 분야에서도 현지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아람코, 사우디 산업투자공사 두스르와 합작법인 '마킨(MAKEEN)'을 설립하고 IMI조선소 인근에 엔진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마킨 엔진공장은 2027년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가동되면 연간 선박용 대형엔진 30대, 중형엔진 235대, 선박용 펌프 160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중연료 엔진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는 조선소와 엔진공장을 연계해 선박 설계부터 건조, 엔진 공급에 이르는 현지 조선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 ▲ HD현대가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WDS 2026'에서 운영한 부스 조감도. < HD현대 > |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왕립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차기 호위함 사업은 약 3조 원을 투입해 6000톤급 호위함 5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WDS 2026'에서 6000톤급 수출형 호위함 'HDF-6000'을 선보이며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HDF-6000은 HD현대중공업의 이지스 구축함 설계·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사우디 해군의 요구에 맞춰 개발한 함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사우디가 요구하는 현지 군함 생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IMI조선소에서 호위함 건조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호위함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와 핵심 장비, 현지 건조, 유지·보수·정비(MRO)를 결합한 종합 방산 협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사우디 투자부 및 LIG넥스원, STX엔진 등 국내 기업 12개사와 현지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함정 건조에 필요한 주요 장비와 부품의 현지 공급체계 구축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사업 모델은 HD현대중공업과 페루의 국영 조선소 '시마'와의 군함 공동건조 사업을 통해 이미 검증된 모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5년부터 페루 현지에서 건조되고 있는 호위함, 상륙함, 원해경비함 등 총 4척의 함정의 설계기술과 공정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기술 수출계약 규모는 6406억 원에 이른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시마와의 공동건조 협력을 잠수함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사우디 차기 호위함 사업에는 독일 TKMS,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등 유럽 주요 방산 조선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수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2015년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 상무로 재직할 당시 사우디와의 사업 협력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여러 차례 현지를 방문하는 등 중동 조선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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