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를 중심으로 온라인 장보기 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선택이라는 것이 신세계그룹의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계열분리 이후를 염두에 둔 장기적 안목에서 두 회사의 법인 통합 가능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27일 신세계그룹 상황을 종합하면 12월 예정된 SSG닷컴의 인적분할을 계기로 이마트와 SSG닷컴의 사업 연관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은 12월1일 패션·뷰티·생활용품 중심의 신세계몰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다. 존속법인인 SSG닷컴은 온라인 장보기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
정 회장은 이러한 사업구조 변화에 맞춰 이마트와 SSG닷컴의 경영진을 다시 통합하는 선택을 내렸다.
신세계그룹은 2027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를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SSG닷컴 대표이사도 겸임하도록 했다.
정 회장 역시 이마트 각자대표로 취임하게 된다. 정 회장이 주요 경영전략을 직접 챙기고 김 대표가 온·오프라인 유통사업의 실무 경영을 함께 맡는 구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SSG닷컴이 만들어 온 온라인 이마트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이마트가 보유한 상품 경쟁력과 유통 노하우를 온라인으로 확대해 고객 편의와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SSG닷컴의 대표 겸직은 2020년 10월 강희석 대표 체제에서 도입됐다가 2023년 9월 종료됐다.
당시에는 온라인 쇼핑시장 성장에 맞춰 백화점과 할인점의 온라인사업을 함께 확대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이후 두 법인은 별도 대표를 두고 운영됐다.
정 회장이 3년 만에 겸직 체제를 다시 선택한 배경에는 달라진 SSG닷컴의 사업구조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통합 온라인 플랫폼의 외형 확대가 중요했다면 이번에는 장보기 중심으로 재편된 SSG닷컴과 이마트의 협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때는 지금처럼 SSG닷컴이 인적분할된 상황이 아니었다"며 "인적분할을 통해 두 플랫폼의 전문성이 강화됐고 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마트와 더욱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법인은 기존에도 상품과 배송 분야에서 협업해 왔다. 지난해 9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을 SSG닷컴 대표로 선임할 당시에도 협업 강화가 주요 목적이었다.
이번 대표 겸직은 경영 의사결정까지 일원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상품 운영과 물류 투자 등을 한 경영진 아래 더욱 긴밀하게 조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SG닷컴 내부 조직도 이마트의 주력 분야인 장보기 중심으로 재편했다. 사업총괄본부를 신설하고 대표 직속이던 영업전략담당을 장보기 사업부로 옮겼으며 재무관리와 인사 기능도 통합했다.
정 회장은 온라인사업의 수익성 개선도 고려해 두 회사의 경영체제를 통합한 것으로 여겨진다.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514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 규모가 23억 원 확대됐다. 2025년 영업손실은 1178억 원으로 2024년 727억 원보다 늘었다.
| ▲ 신세계그룹이 향후 이마트와 SSG닷컴을 통합법인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SSG닷컴> |
정용진 회장의 이번 결정이 중장기적으로 법인 통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SSG닷컴이 신세계몰과 인적분할하게 되면 SSG닷컴의 외형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의 분할계획서를 살펴보면 순자산 기준으로 SSG닷컴과 신세계몰의 분할 비율은 0.64 대 0.36이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신세계쪽 온라인사업까지 담당하던 SSG닷컴의 업무영역이 이마트쪽에 한정되는 만큼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진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쟁사인 롯데쇼핑만 하더라도 온라인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온을 별도법인이 아닌 하나의 사업부로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 계열사에서는 대표이사 겸직체제에서 실제 법인 통합이 이뤄진 전례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2023년 9월 한채양 대표에게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경영을 함께 맡겼다. 이후 2024년 4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합병을 결정하고 같은 해 7월 통합법인을 출범시켰다. 상품 매입과 물류 기능을 통합해 비용을 줄이고 구매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이마트와 SSG닷컴의 사업 연관성도 한층 높아졌다.
SSG닷컴에서 신세계몰이 분리되면 존속회사는 이마트와 연관성이 높은 온라인 장보기 사업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현재도 이마트 점포의 상품을 SSG닷컴에서 주문받아 배송하는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계열분리 역시 정 회장의 향후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SSG닷컴은 2019년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사업을 통합해 출범했다. 현재 지분은 이마트가 65.11%, 신세계가 34.89%를 보유하고 있다. 오는 12월 인적분할 이후에도 두 회사는 존속 SSG닷컴과 신설 신세계몰을 같은 비율로 공동 보유하게 된다.
정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에 온라인 장보기 사업이,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계열에 패션·뷰티 중심의 신세계몰이 각각 정리된다면 두 계열의 독립경영 구조도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
다만 지분 정리가 반드시 법인 합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이 SSG닷컴을 이마트 계열의 별도 자회사로 유지하면서 통합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신세계그룹 역시 현재로서는 인적분할을 통한 사업별 전문성 강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두 법인이 각자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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