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 행사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폴리티코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에 따르면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후변화주간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행사 기조연설에서 "화석연료 산업의 이익을 보존해주기 위해 과학자들이 지구에 지옥을 가져올 것이라 경고하는 상황에서 이것을 내버려두는 것이 과연 우리 미래세대들을 위해 현실적인 일인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며 "새로운 행정부는 청정 에너지 미래로 가는 전환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모든 연방기관에서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던 여러 민간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지원을 취소하거나 자금 규모를 줄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리협정은 글로벌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조약으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반대로 화석연료를 향한 지원 계획은 계속 확대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앞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산업 부흥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발전 기업들과 채굴 업계에 지원을 약속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트럼프 정부는 (나치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는 누군가를 나치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벌인 악한 행동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를 비판한 것은 고어 전 부통령뿐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 미국 정치권 원로들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시민들을 탄압하는 트럼프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의 자유로운 권리를 행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려는 정부의 행동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최근 반 트럼프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있다면서 하버드대학교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한 트럼프 정부의 발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고어 전 부통령은 "트럼프의 행동으로 미국을 향한 신뢰가 깨지고 있고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세워진 거대한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며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기후 운동을 향한 희망을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점점 뜨거워진 지구는 최근 과학자들이 재앙으로 가는 문턱이라고 부르는 1.5도를 목전에 두고 있고 이미 더위는 산불, 빙하 붕괴, 허리케인과 홍수 증가, 해수면 상승 등 각종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며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이번 기후주간에 참가한 여러분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기후주간 행사는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 교환의 장으로 마련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샌프란시스코 기후주간은 약 600개가 넘는 부스가 세워지고 2만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영호 기자